[KJtimes=김바름 기자]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후폭풍이 거세다. 주식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여행·레저·화장품 관련주들의 모습은 처참하다.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오고서 3주간 시가총액이 5조원 넘게 증발했을 정도다.
1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들 종목은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오고서 3주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시가총액 감소액이 이미 5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직격탄을 맞은 화장품 관련주들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관련주는 유커의 수요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세를 타던 종목들이다.
일례로 아모레G[002790]는 이달 9일 현재 주가(종가 기준)가 16만8500원이다. 첫 환자 발생 직전인 지난달 19일(19만8000원)보다 14.9%나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3.5%)의 4.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시가총액도 이로 인해 이 기간 15조7986억원에서 13조4448억원으로 2조3538억원이나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090430]과 LG생활건강[051900]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이 1조6953억원 감소했다. LG생활건강도 1조4213억원 줄었다. 한국화장품[123690](-337억원), 한국화장품제조[003350](-292억원) 등도 시가총액이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화장품주의 시가총액 전체 감소폭은 4조8천419억원에 달했다.
물론 선전한 종목들도 있다. 코스맥스[192820]와 한국콜마[161890], 코리아나[027050] 등이다. 이들 종목은 중국 현지 진출로 유커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다. 하지만 이들 종목의 선전은 화장품업종 시가총액의 감소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뿐만 아니다. 여행사나 항공사의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커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여행 수요 감소 우려 탓이다. 하나투어[039130]의 시가총액은 1336억원 줄고 모두투어[080160](-504억원), 대한항공[003490](-947억원), 아시아나항공[020560](-351억원) 등도 감소했다. 화장품이나 여행 관련 주에서만 5조원이 넘게 시가총액이 준 것이다.
이밖에 유커의 영향이 큰 면세점 관련 주식인 호텔신라[008770](-2159억원)와 AK홀딩스[006840](-93억원)의 시가총액도 줄었다.
그러면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들은 메르스의 경제 영향의 경우 조기극복만 한다면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영환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3년 사스 때는 2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급락하기도 했다”며 “결국 충격의 정도는 메르스의 확산 여부에 달린 만큼 향후 진행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스나 일본의 지진 사례를 보면 일시 충격으로 소비가 당장 줄더라도 그 수요는 뒤로 미뤄지는 측면이 강했다”면서 “메르스가 이번주를 피크로 둔화한다면 해당 주식을 저가매수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백화점 등 유통주에도 메르스의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 하락에 따른 시가총액 감소는 메르스의 경제 영향을 가늠케 하는 것으로 최종적인 영향은 메르스의 조기 극복 여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