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A씨는 3년 전 캠핑 열풍이 한창일 때 대형 텐트 등 캠핑용품 300만원 어치를 구입했다. 캠핑 입문 초기 3개월 동안은 한 달에 두 번 이상 캠핑을 다닐 정도로 열혈 캠핑족이었지만 회사일이 바빠지면서 캠핑을 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문제는 15평 남짓한 좁은 집에 캠핑용품을 보관할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았던 것. 한 동안 캠핑용품을 3평정도 되는 방에 몰아넣고 쌓아두다시피 해 이삿짐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캠핑용품을 보관해주는 업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지금은 1년에 50만원을 주고 캠핑용품을 보관해주는 업체에 맡겨 놓은 상태다.
A씨는 “늦가을부터 겨울 동안은 캠핑 비수기인데 짐이 방안 가득 쌓여 있다 보니 주거 공간의 반을 (캠핑용품이) 차지해 불편했는데 물건 보관업체에 (캠핑용품을) 맡긴 후 주거공간이 넓어지면서 주거환경이 한층 쾌적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보관비용이 만만찮아서 망설였다”며 “사실 1년에 50만원이면 적은 비용이 아니다. (물품 보관) 이용자들이 늘면 동종업체들이 많이 생겨 (보관) 비용도 저렴해 지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내비췄다.
‘셀프 스토리지’ 산업이 뜬다
최근 도심에 원하는 공간에, 필요한 기간만큼 물건을 맡길 수 있는 도시형 공유창고 개념의 단·장기간 물품을 보관해 주는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Self Storage Service)’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개인 소유의 물건을 공유창고에 원하는 기간만큼 맡기는 서비스로 캠핑용품, 침구류 같은 부피가 큰 물건에서부터 철지난 옷이나 선풍기 같은 가전제품 등 다양한 짐을 맡길 수 있는 보관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관창고하면 컨테이너 박스에 개인 이삿짐 정도를 맡아 주는 개인임대 창고 형태가 다수를 차지했지만 요즘은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단순 개인 임대 창고의 범위를 넘어 거의 모든 개인 물건을 내 집처럼 맡겨두는 공간인 공유창고의 개념으로 변화했다.
고객 편의를 위해 24시간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 업체가 늘고 있으며 고가의 귀중품을 보관해주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물건 보관 기간은 짧게는 몇 시간부터 길게는 1년 이상 가능하며 요금은 물건의 부피와 기간에 따라 수만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다양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셀프 스토리지의 주 이용층은 30~40대 직장인과 1인 가구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 이용 추세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관 물건의 다수를 계절성 생활용품이 차지했다면 최근엔 레저나 취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각종 스포츠 관련 용품이나 장식용품인 피규어 등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셀프 스토리지는 미국에 기반 둔 산업
세계 경제발전에 따른 가구 소비증가 및 기업규모 성장으로 도심 내 물리적 공간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물품 보관시설을 임대해 주는 셀프 스토리지 서비스업이 미국에서 시작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KB금융지주 금융연구소가 지난해 4월 발간한 ‘공간의 재발견, 도심형 창고 셀프 스토리지’ 보고서에 따르면 물품 보관 서비스의 주요 수요층은 추가적인 가사용품 수납공간을 필요로 하는 도심 거주 개인 및 쾌적한 업무환경을 위해 기업서류, 사무용품 등의 보관공간에 대한 니즈를 가진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셀프 스토리지의 주요 특징으로 기존 대규모 물류창고와 달리 도심 내 위치해 접근성이 양호하고 비교적 단기간의 임대계약으로 공급자 및 수요자에게 유연한 가격정책 및 임대기간을 제공한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 셀프스토리지 전문 중개회사인 ‘SpareFoot’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 셀프 스토리지 산업 매출액은 약 380억 달러로 약 4만5000~5만2000개의 셀프 스토리지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미국 총 가구수의 약 9.4%가 셀프 스토리지를 이용하고 있다.
류석재 KB금융지주 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땅이 넓은 미국에서 셀프 스토리지가 보편화된 배경은 개인이 살아가면서 소유 및 사용했던 물건을 추억으로 보관하고자 하는 미국인의 문화적 특성에 기인하고 있다”며 “현재는 주거비가 높고,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캠핑이나 파티용품처럼 다양한 물건을 보관하는 도심 내 ‘차고’ 개념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2011년 이후 셀프 스토리지 신규공급 및 거래가격은 지속적으로 증가세에 있으나 과다공급 및 업체 간 경쟁심화에 따라 수익률 및 매출 성장률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중인 영국 셀프 스토리지 산업
이런 가운데 유럽 주요 6개국은 유럽 전체 셀프 스토리지 시설의 82%를 보유하고 있으며 영국이 전체 시설의 40%로 가장 많고,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순으로 집계됐다. FEDESSA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약 3792개의 셀프 스토리지가 유럽 내에 있으며 약 970만m² 규모의 보관시설 공급하고 있다.
영국 셀프 스토리지 협회(SSA UK)의 조사를 보면 2017년 기준 영국에는 약 1505개의 셀프 스토리지가 있으며 인구 1인당 시설면적은 0.67ft2로 미국 5.4ft2 대비 공급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점유율은 76.1%로 2011년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에 있으며 2013년 이후 임대료 상승에 따른 산업 수익성은 증가 추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단, 향후 내부설비 완료 후 공급 가능한 잠재임대가능 면적 포함 시 평균예상점유율은 66.7%로 2016년 대비 하락세로 전환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류 연구위원은 “셀프 스토리지 산업은 미국에 기반을 둔 상업용부동산임대업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기존 주류 상업용 부동산 섹터의 대안 상품으로 부각되면서 기존 물류창고 대비 양호한 도심 접근성, 단기간의 유연한 임대기간, 온·습도 조절장치 및 보안장치 등 현대화된 시설은 상품 차별화의 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셀프 스토리지는 도심에 거주하는 중산층 및 효율적인 업무공간을 필요로 하는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부동산 상품, 아시아 시장의 급속한 경제 발전과 도시화, 중산층의 성장과 함께 셀프 스토리지의 수요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에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