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이지훈 기자]미래에셋의 KDB대우증권 인수가 삐걱거리고 있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말 대우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인수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와 대우증권 노조의 반발에 부딪쳤다.
소액주주와 노조의 반발이 커질 경우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무산 사례나 삼성물산의 통합 사례에서 봤던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이란 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미래에셋이 진통을 잘 봉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 노조는 임시 주총을 앞두고 최근 금융감독원에 의결권 위임 권유자 및 대리인 등록 절차를 마무리했다. 임시 주총의 안건 가운데 하나인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하기 위해 이달 20일부터 주총 개최일까지 주주들의 반대표 위임 신청을 받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증권 소액주주 권리찾기 모임은 회원들의 주식 의결권을 대우증권 노조에 위임할 계획이다. 소액주주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데는 대우증권 주가 하락과 맞물려 있다. 우선협상자 발표 전날 1만250원이던 주가는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의 합병이 인수자 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18일 7690원까지 떨어졌다.
이미 대우증권 노조는 총파업 채비를 가속화하는 중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찬성한 상태다.
대우증권 노조 측은 “매각을 앞두고 합의 수준의 고용안정협약을 포함해 임금인상 등을 요구 중인데 의견 차가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합병 반대를 공식화한 도화선이 된 셈이다.
연일 떨어지는 주가로 이미 노조에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한 소액주주 권리찾기 모임을 비롯해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인수를 발표한지 1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시가총액 8200억원이 증발할 정도로 시장의 반응을 싸늘하다.
소액주주들은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이유보다는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 이후의 경영 불확실성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대우증권의 소액주주 비중은 42% 수준으로 소액주주가 합병을 반대할 경우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 중단의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
미래에셋으로선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이미 시장에서 삼성식 합병의 여러 파열음이 나온 사례가 있는 만큼 미래에셋으로는 이번 사태를 쉽게 볼 문제는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의 합병 사례는 단적으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시도가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바 있다. 또한 옛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도 엘리엇 펀드의 합병 반대로 상당한 진통의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업계에선 미래에셋이 성난 대우증권 노조와 소액주주를 어떻게 달래며 진통을 봉합할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수가격으로 장부가(1조8400억원)를 크게 웃도는 2조4000억원대의 배팅을 감행하면서부터 진통이 예고됐던 만큼 미래에셋의 대처가 이번 진통 해결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