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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닮은 듯 다른 ‘갑질 매뉴얼’ 정일선과 ‘인간 조련사’ 김만식

재계 관계자 “사과 이후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KJtimes=장우호 기자]지난 4월 우리 사회는 또다시 천박한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냈다.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은 3년 새 운전기사 61명을 교체하고, 일부 기사에게 폭행을 가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운전기사 61명 중 정 사장 수행 운전기사는 1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 사장이 운전기사들에 저지른 횡포는 믿기 힘든 수준이었다.

지난달 27일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현대BNG스틸에서 갈아치운 운전기사는 총 61명에 달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주 80시간 이상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정 사장은 이들 중 1명을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사장 운전기사에게 주어지는 ‘행동 매뉴얼’은 수백가지 조항이 담겼고, 분량은 무려 A4용지 140쪽에 달했다.

해당 매뉴얼에는 모닝콜, 속옷 접는 방법, 신문ㆍ서류가방 놓는 위치 등 까다로운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항목들은 흐트러짐 없는 관리를 위한 것이라 볼 수도 있지만, 일면 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한 “빨리 가자”는 지시가 있을 경우 신호ㆍ차선ㆍ과속ㆍ버스전용차로 위반 등을 무시하고 시간 내 목적지 도착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항목도 포함돼 공분을 샀다. 운전기사에 따르면 이로 인해 낸 범칙금이 매달에 500~60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복수의 제보자들은 “매뉴얼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정 사장이)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고 경위서를 쓰거나 벌점 제도를 둬 감봉까지 했다”고 진술했다.

수행 운전기사에게 행한 ‘갑질’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와 비슷한 김만식 몽고간장 전 명예회장의 갑질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운전기사 A씨를 상습 폭행한 게 드러나자 사퇴했다. A씨는 당시 진술을 통해 “김 전 회장으로부터 수시로 욕설을 들으며 발로 걷어차이고 주먹과 라이터로 맞았다”며 상습적인 갑질과 폭행을 당해왔다고 폭로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낭심을 발로 차이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A씨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내가 인간조련사”라는 말도 했으며, 평소 부하 직원에게 “X자식아" "X발놈" "싸가지 없는 새끼" 등의 폭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창원지검 마산지청은 지난 4월 상습폭행 및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 김 전 회장을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정 사장과 김 전 명예회장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운전기사에게 폭언ㆍ욕설 등 갑질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규모에 있어서는 정 사장이, 강도에 있어서는 김 전 회장이 각각 지나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사과 형식에도 차이를 보인다. 정 사장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는 것에 그친 반면 김 전 회장은 이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대국민사과를 하고 사퇴를 표명했다.

하지만 가진 자들의 갑질이 되풀이되는 현 시점에서 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고작 ‘사과’가 아니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리스크를 털어 내기 위해서는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한 이후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이뤄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서 불필요한 공분을 샀던 건, 사건 발생 이후 동생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복수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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