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기업의 평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지만, 오너 한 사람의 일탈로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조세 포탈 혐의로 재판정에 섰던 오너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건이 잊히길 기다리듯 조용히 모습을 감춘다. 그러나 이들의 법적 분쟁은 아직도 기업 경영의 깊은 곳에서 흔들림을 만들고 있으며, 공적 책임 대신 관대한 판결이 이어지는 동안 '오너리스크'는 더욱 구조화되고 있다. <kjtimes>는 최근까지 공개된 판결과 마지막 보도를 기준으로, 그 이후 별다른 진척 없이 방치된 오너들의 법적 문제를 검토하며, 이로 인해 기업이 어떤 리스크를 안게 되었는지 짚어본다.
◆"무죄 판결 이후 이어진 침묵" 구본상 LIG그룹 회장
구본상 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세금 신고가 부정확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조세 채무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구본상 회장의 경우처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수백억~수천억대 세금이 걸린 거래를 할 때, 실질 가격 평가와 세금 부과를 어떻게 엄격히 할 것인가, 단지 서류가 아니라 실질을 기준에 두는 공정 과세의 원칙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확인된 가장 마지막 보도는 1심 무죄 판결 이후 검찰이 항소 의사를 밝힌 시점이다. 그러나 이후 항소심이 실제로 열렸는지, 선고가 있었는지, 또는 검찰이 항소를 유지했는지에 대한 공식적·언론적 업데이트는 나오지 않았다.
즉, 최종 판결이 어떻게 귀결되었는지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상태다. LIG그룹은 당시 보도에 대해 "불법은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을 뿐, 그 이후 추가적인 회사의 공식 입장 역시 따로 발표되지 않았다.
사건이 사실상 공적 기록 속에서 정지된 채로 남아 있다는 점은, 그룹이 스스로 투명성을 입증할 기회를 놓친 것이기도 하다. 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은 여전히 오너리스크의 영향권 안에 머물러 있다.
◆'대리점 명의 위장'으로 수십억 탈루, 실형받은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
김정규 회장은 대리점 명의를 돌려가며 매출을 누락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섰다. 법원은 실형을 선고하며 조직적 위장 운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정규 회장의 사례는, 명의 위장과 실제 실적 은폐를 통해 세금을 회피하는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며 "가맹점주의 이름을 빌려 사업하면서, 실질은 본사가 운영하는 방식은 많은 프랜차이즈 기업·오너에게 열려 있는 '탈세 경로'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사건에 대한 가장 마지막으로 확인된 보도는 항소심 선고 소식이다. 다만 그 이후 김 회장이 상고를 했는지, 해당 판결이 확정되었는지, 또는 새로운 법적 쟁점이 제기됐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된 자료에서 찾을 수 없다.
특히 타이어뱅크 본사 차원의 명확한 공식 입장 역시 확인되지 않는다. 일부 언론에 전달된 짧은 코멘트 수준의 "내부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언급이 전부이며, 사건에 대한 설명과 재발 방지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대리점 운영 구조에서 발생한 탈세 의혹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기업 신뢰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본사가 침묵한 사이, 시장은 사건을 '일시적 이슈'로 소비하고 잊어버렸지만, 실질적 오너리스크는 그대로 남아 있다.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 "파기환송 유죄까지 갔지만, 이후 기록은 조용"
전인장 전 회장은 실체 없는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로 오랜 법정 공방을 이어왔다. 사건은 여러 번 판결이 뒤집히며 복잡하게 전개됐고, 마지막으로 확인된 판결은 파기환송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시점이다.

업계에서는 페이퍼컴퍼니 이용과 회계 투명성 문제를 두고 "전 회장의 사례는, 형태만 갖춘 유령회사를 활용해 허위 거래를 꾸미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하고, 사회에 얼마나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는 단순 개인의 탈세를 넘어, 기업 전체의 회계 윤리, 내부 통제,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해치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 회장의 법적 문제의 경우, 상고 여부나 선고 확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식 보도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삼양식품 측 역시 사건의 경과나 입장 발표를 따로 내놓지 않았다.
과거 내부 통제 부실과 지배구조 문제를 집요하게 드러냈던 사건이었음에도, 현재 사건의 상태는 공적 기록에서 사실상 공백으로 남아 있다. 기업은 전 회장 사퇴 이후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사건이 종결됐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태는 여전히 리스크로 작용한다.
◆관대한 법원·조용한 기업·쉽게 잊는 사회… 구조화된 오너리스크 반복
업계 관계자들은 세 사건의 공통점에 대해 "마지막으로 확인된 판결 혹은 선고 직후 사건의 흐름이 공적 기록에서 사라졌고, 회사 측은 사건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거의 내지 않는다"면서 "사회적 관심은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희미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오너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은 채 조용히 사법 절차가 지연되고, 회사는 설명을 회피하고, 사회가 잊는 사이 오너 중심 경영 시스템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런 뻔한 과정이야 말로 사건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기업의 구조적 위험'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대기업 전문가들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것은 조세포탈 그 자체보다, 오너가 법 앞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태도일 수 있다"며 "명확한 종결도, 책임 있는 해명도 없는 상태는 기업의 미래를 더 깊은 불확실성 속에 밀어 넣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너리스크가 반복되는 이유는 사건이 가볍기 때문이 아니라, 사건이 충분히 해명되지 않고 충분히 기억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투명성을 회복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또다시 같은 자리, 같은 법정 앞에 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