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현수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시 왕궁 환영행사에 어린이들이 동원된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왕궁 환영행사에 어린이들이 동원된 데 대해 적절성 여부 등을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체류 3일째인 27일 오전 왕궁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왕 부부 영접을 받으며 붉은 카펫위를 걸어갈 때 노란색 모자를 쓴 70여명 어린이가 정렬된 상태로 양국 국기를 흔들며 환영했다. 이들은 왕궁에서 2㎞ 정도 떨어진 지요다(千代田)구립 반초(番町)초등학교 6학년생들이었다.
70여명 어린이들은 종합학습 수업으로 교사가 인솔했으나, 참가를 희망하는지 여부를 묻지 않았다. 당시 도쿄 도심의 기온은 섭씨 29.5도. 행사는 대기시간을 포함해 30분 정도에 끝났지만 더위에 주저앉은 아동도 있어 대열 뒤에서 물을 마시게 했다.
14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 학교는 지요다구밖 거주자중에서도 입학희망자가 많은 곳이다. 그동안 외무성 의뢰로 국빈 환영행사에 수차례 '깃발 부대' 역할을 맡았다. 지난해 5월에는 베트남 국가 주석 환영행사에 5학년생 학생들이 참가하기도 했다.
아사오카 도시오 교장은 "국제이해를 넓히는 방안도 된다고 생각해 (의뢰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고, 1학년생 딸을 둔 40대 엄마도 "국제교류 경험도 되고 참가한 아이들이 뉴스에 관심을 갖게될 수 있다"며 '어린이 깃발부대'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내놨다.
반면, 행사에 참가한 한 남자 어린이 아버지는 "환영을 강요하는 건 이상하다"고 말했다. 깃발부대에 동원된 학생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아동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 남성은 "한 초등생은 국기를 흔들지 않으면 안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며 "참가 희망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 불참도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 어린이들만 동원되는 것이 아니다. 외무성에 따르면 정부가 초청하는 외빈 중 가장 후대하는 손님은 '국빈'으로 1년에 약 1~2차례 실시된다.
과거 모토아카사카에 위치한 영빈관 환영행사에는 가쿠슈인(學習院)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국기를 흔들었고, 최근에는 왕궁에서 가까운 초등학교들이 의뢰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외무성 담당자는 "환영행사가 수업이 있는 아침 이른 시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이해해주는 근처 학교 사정을 물어 돌아가면서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어린이들의 '국기 흔들기'는 쇼와(昭和·1926∼1989) 시대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국기를 흔들며 환영하는데 대한 생각은 각기 다른 상황이다.
궁내청 직원 출신 저널리스트인 야마시타 신지(山下晋司)는 "'명예'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원'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며 "각자의 희망을 반영하는 방식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