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권찬숙 기자]일본 도쿄(東京)의 한 대학에서 외국인 유학생 1610명이 '소재불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분별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엉터리 학사운영 때문이란 비판이 나온다.
1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은 지난 11일 동경복지대(東京福祉大)에 연구생 모집을 중지시키는 한편 유학생 학적관리를 철저히하라고 각 대학 등에 지시했다.
이 대학이 문부과학성 조사를 통해 2016년~2018년까지 3년간 외국인 유학생 1610명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학부와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정규과정' 외에 학부 입학전에 일본어를 배우는 '유학생 별과(別科)', 대학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학부연구생' 등을 두고 있다.
이중 특히 2016년부터 유학생 입학자수가 크게 늘었다. 2018년까지 3년간 1만2000여명을 받아들였는데 이중 1610명이 '소재불명', 700명은 퇴학, 178명은 제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학부연구생이 2656명에 달해 전체 5133명인 유학생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자취를 감춘 '소재불명자' 중 1113명도 학부연구생이었고, 별과 학생은 408명이었다.
대학 측은 연구생에 대해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학부로 진학하도록 과목을 이수한다"고 밝혔지만, 문부과학성은 "실제로는 일본어 능력이 부족한 유학생의 예비교육과정으로 운영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학은 정원이 정해져 있어 정규 과정에 정원을 초과해 입학생을 받기 어려운데, 동경복지대는 정원에 포함되지 않는 연구생 등 명목으로 정원 초과 학생을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교직원 1명당 학생수가 2015년 43.8명에서 지난해 100.6명으로 늘었다.
이 대학 홈페이지에 따르면 연구생 입학금은 100만엔(약 1000만원), 연간 수업료와 시설유지비 등은 60여만엔이다. 대학 측은 면접에서 일본어 실력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문부과학성 조사 결과 올해 55개 학급 중 41개 학급은 일상회화가 안되는 수준이었다.
대학 측은 자취를 감춘 학생이 많은 이유의 하나로 "아르바이트를 너무 많이 하다 유학생 비자를 연장하지 못해 학교에 올 수 없게 된 학생이 많았다"며 "어려움에 처한 학생을 구해줬다 배신당한 꼴"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대학 측의 날림 운영 때문이란 데 무게가 더 실린다. 유학생 급증에 이 대학 학습환경은 상식 이하 수준이었다.
도쿄 기타(北)구에 있는 이 대학 오지(王子)캠퍼스는 주 건물인 1, 2호관 외에 근처에 있는 대중목욕탕과 편의점이 입주해 있는 건물이나 맨션의 방을 개조해 교실로 쓰기도 했다. 교실안에 화장실이 있어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이 볼일을 보기 위해 학생들이 공부하는 책상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지난해 학부연구생으로 이 대학에 다녔던 한 여자 유학생(25)은 "비즈니스 프로그램을 배울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본어 수업만했다. 그나마 스스로 사전을 찾아가며 일본어를 공부하는 수준이었다"며 "수업을 받으러 오는 사람도 매우 적어 클래스 메이트 대부분이 낮에도 호텔청소와 도시락 공장, 음식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