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코로나19’ 못다 한 이야기②]이채윤 소설가 ‘뜻밖의 선물 따릉이’

코로나19 사태로 자전거 애용…돈도 절약하고 건강의 비법도 얻고

이채윤 소설가

 

[KJtimes]“큰일 날 것 같다. 사태가 심각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하니? 미국으로 들어와.”


미국에서 살고 있는 처남에게서 전화가 왔다. 223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미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안전지대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 전화를 받고 저자는 씁쓸했다.


대구에서 신천지 사태가 터지면서 한국은 중국에 이어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창궐하는 국가가 되었다.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한국인 입국 금지조치를 내리고 빗장을 채웠다. 사스 때도, 메르스 때도 모르던 낭패감이 찾아들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TV에서 마스크를 쓰고 대책을 설명하는 대통령의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무척 서글퍼보였다.



언론에는 빌 게이츠가 앞으로 수십 년 내에 1000만 명 이상을 죽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건 전쟁보다는 높은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 질병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 기사가 떴다.


중국에서는 하루에도 수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었고 수백 명씩 죽어나가고 있었다. 완전 봉쇄된 중국 우한시의 거리는 지구 멸망 이후의 거리처럼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대구·경북에서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우한을 닮아가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기사를 검색하는 것이 일상의 시작이 되었다. 그런데 두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전세는 역전이 되었다. 우리는 사태가 진정되어가고 있는데 우리에게 빗장을 채웠던 나라들이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이탈리아, 스페인을 비롯해서 유럽 대륙이 폭발했고 이어서 미국이 폭발했다.


이제 미국은 사망자가 월남전 사망자 숫자를 넘어서서 10만 명이 넘을 것이란 우울한 소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바람 앞에 촛불 같이 위태로워 보였던 한국은 상황이 호전되면서 각국에서 ‘K-방역공유 요청이 잇따르기 시작했다.


거기가 정말 위험한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뉴욕에 있는 성준이는 괜찮을까?”


아내는 미국의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는 일시적인 피난을 권유했으나 사업을 하고 있는 처남은 그럴 수도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겨우 마스크를 몇 장 보내주는 것뿐이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누리고 있던 정상적인 삶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선진국이라 여기던 유럽과 미국은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다는 것. 일본은 우리보다 후진국이라는 것. 부자라고 가난한 사람보다 면역력이 좋은 건 아니라는 것. 종교는 단 한 명의 환자도 살리지 못한다는 것. 축구 스타보다 의료 종사자들이 훨씬 값어치 있다는 것 등등.


특히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의료진들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눈물겨웠다. 방호복을 입고 온몸이 흠뻑 젖은 채로 고생, 고생하면서도 활짝 웃는 모습이라니!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전거를 열심히 타고 다닌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면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너무 답답하다. 더구나 마스크를 사려면 수십 미터씩 줄을 서야 했다. 그래서 사람 만날 일이 있으면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서울 시내에는 따릉이라는 공유 자전거가 3만 대 이상이나 있다. 지하철역, 공원, 도서관 같은 공공장소에 거치대가 널려있어서 손쉽게 자전거를 빌려 타고 반납할 수 있다. 대여 비용도 한 달에 7000, 1년에는 4만 원으로 저렴하다.


저자는 1년짜리 이용권을 끊었다. 대중교통비가 한 달에 7~8만 원 정도가 나갔는데 따릉이를 타고 다닌 후에는 15000원 정도 밖에 안 나간다.


주말마다 등산을 다니는데 자전거를 타고 다닌 이후 산행을 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허벅지 근육이 붙고 폐활량이 많아진 덕분인 것 같다. 돈도 절약하고 건강의 비법도 얻은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따릉이라는 뜻밖의 선물을 받은 셈이다.


그 사이에 산천에는 개나리, 진달래가 피었다 지고목련과 벚꽃이 피었다 지고라일락,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졌다. 나뭇가지마다 잎을 틔운 연둣빛 이파리들이 꽃처럼 아름답더니 신록으로 무르익어가고 있다. 인간 세상은 국경을 폐쇄하고. 하늘길, 바닷길이 막혔는데도 자연은 그저 푸르고 싱그러울 따름이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한강 고수부지를 달린다. 자전거를 달리다 보면 요즘 서울 하늘이 무척이나 맑아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간들이 활동을 멈추면 지구의 하늘이 맑아지고 지구는 회복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코로나19가 아이러니하게도 지구를 치유하고 있다니!


강변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무연히 바라본다. 인간 세상은 바이러스와의 참혹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자연은 저토록 무심한 얼굴로 빛나고 있는 것이었다. 강물은 잔잔하게 흐르고 있고 자연은 이렇게 싱그러운데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왜 이렇게 힘겹게 사는 것일까.


5월에 들어서자 한국에서는 50명대 이하로 줄어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로 돌아섰으나 전 세계적으로는 520일자로 확진자가 50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30만 명을 돌파했다.


그것도 선진국이라고 자처하던 나라들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나갔다. 일자리는 사라지고, 호주머니는 거덜나고, 공공의 서비스가 무너지고, 개인의 삶도 멈추었다. 전쟁도 이런 전쟁이 없다.


다행히 한국은 코로나19 사태의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듯 보이지만 세계는 더 이상 우리만 잘 나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모든 인류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지구라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다.


바이러스는 이제 증기선이 아닌 제트기의 속도로 퍼져서 인류의 숨통을 조인다. 국경을 폐쇄하고 공항을 걸어 잠근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조만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인간들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공장을 돌리고, 지구 환경을 또 다시 오염시킬 것이다.



저자는 바이러스 때문에 다시 맑음과 푸르름을 되찾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경제성장을 못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까. 코로나 19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또 다시 끊임없는 성장을 위해 공장을 돌리고 지구가 감당하기 힘든 환경파괴에 나설 것인가.


이제는 분명 많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지금과 같이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코로나19가 인류에게 다른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삶과 지구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 이제 문명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어야 할 때다. 저자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저녁밥을 차려놓고 기다릴 아내를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19 때문에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내가 재택근무를 하는 덕분에 우리는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같이 먹는 날도 있었다.


언제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가. 책도 같이 읽고, 드라마도 같이 보고, 신혼 같은 나날을 보냈다. 이것이 코로나 사태가 가져다준 행복이 아닐까. 다행히 우리 가족 주변에는 코로나19 환자가 한 사람도 없었다는데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약력 : 이채윤]

 

-소설가


-도서출판 작가교실 대표


-저서 <안철수의 서재>, <록펠러<, <삼성처럼 경영하라>.



-코로나19 다이어리 in 뉴욕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