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최근 한국경제가 삼성에 의존하는 구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한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삼성의 실적에 따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지난 8일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증권가와 경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실적발표에 앞서 당초 영업이익을 7조원대 후반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성적표는 이에 못 미치는 7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날 실적 발표를 통해 나타났듯이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로 인해 대(對)삼성에 대한 쏠림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전체적으로 380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1428조원의 26.6% 규모다.
수출도 국내 전체 수출액 6171억달러의 25%에 해당하는 1572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에게 그만큼 삼성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단 수출뿐만이 아니다. 투자는 물론 매출액과 고용 지표까지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CEO스코어가 지난해 매출 상위 100개 기업의 2012~2013년 고용규모 증감을 조사한 결과 삼성은 전자와 물산, 전기 등 3곳 계열사에서만 6448명을 늘렸다.
같은 기간 조사 대상 기업 전체적으로 1만7669명이 늘어난 것을 100으로 볼 때 삼성 계열사 단 3곳이 차지하는 비중만 36.4%의 고용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삼성이 채용을 중단하면 수천명의 백수가 생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얘기다.
R&D비용을 제외한 유·무형 투자액 부분에서도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지난해 국내 30대그룹이 여기에 쏟아 부은 투자액은 95조 8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삼성은 30%에 달하는 28조 7000억원을 차지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문제가 한국 전체의 거시경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높은 의존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작년 말 “삼성과 현대의 경제 집중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정부 입장에서도 삼성과 같은 일부 대기업이 한국 경제를 좌우하는 현실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데 동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삼성 등의 대기업의 실적흐름만 주시하는 경향이 있다. 중기적, 나아가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개선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딱히 해법이 없어 고심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동안 정부는 창조경제, 규제완화,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한국 경제의 구조개선 노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져만 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휘청거릴 때 기술력이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받쳐 줄 수 있는 경제구조가 필요하다”며 “이 같은 작업은 정부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한 단계씩 밟아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