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토크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생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남의 잘못된 연애사나 상처가 될 만한 이야깃거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귀를 기울이고 흥미롭게 전달한다.

 

그사이 점점 말은 부풀려지고 끝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 헛소문이 돌기도 한다. 이것은 말의 전달 과정에서 자기 생각이 덧붙여지기 때문이다.

 

남의 집 불구경이나 싸움구경하는 걸 즐겁게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길거리에서 싸움이 나거나 사고가 생기면 많은 인파가 모여든다. 소방차나 경찰들이 인파들 때문에 사고 처리가 늦어지는 것도 재미든 호기심이든 그것을 보려 하는 사람들의 이상한 심리 때문이다.

 

또한 연예인의 스캔들에 대해 떠들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남의 불륜이나 소문은 내 이야기가 아니라서 아무런 부담 없이 즐겁게 나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전달되는 과정에서 본질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꼬리가 달린다.

 

죄책감 없이 즐기며 첨가한 말들 속엔 좋은 내용보다 흉보는 내용이 더 많다. 이런 일들 때문에 악성 댓글을 본 연예인들이 자살하는 일까지 생긴다. 인기가 존재 이유가 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보니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도 소문 때문에 괴로운 일이 생긴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이다 보니 어느 모임이든 간에 규모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늘 입에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

 

김새침 양은 얌전해 보이는데 남자 앞에만 가면 애교를 피며 홀리려 한다니까”, “박 과장이 요즘 거래처와 수상한 관계라면서요?”, “최 부장과 김 과장이 요즘 늘 붙어 다니는데 불륜이라면서요?” 등 무성한 소문들이 한두 사람의 입을 거치다 보면 어떻게 되겠는가?

 

만약 그 소문이 진짜라 해도 당사자는 피해를 보지만, 전혀 사실이 아닌데 부풀려진 이상한 소문이라면 당사자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이때 억울한 마음에 변명하겠다고 잘못 나섰다간 오히려 진짜 사실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더욱 공고히 받아들여져서 입장이 더 곤란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마녀사냥이란 말이 나온 듯하다. 결국 사람들의 말 속에 파묻힌 한 사람은 바보가 되어버리고 같은 조직에서 버티기가 어려워진다.

 

이 모두가 소문을 전달하는 사람이 있어서 발생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그런 것 같다고 말을 만드는 사람이다. 상대를 모함 하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남의 잘못이나 약점을 타인에게 알리 길 즐기는 성향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타인의 아픔을 나의 즐거움으로 여기는 사람은 자신도 그런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머리와 가슴에 담아두어야 한다.

 

만약 나와 가족이 그 같은 고통을 겪게 될 때에도 그저 말실수, 소문이라고 말할 것인가?

 

제발 아니면 말고라며 남의 말을 가볍게 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당사자는 정신적 고통과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각자 살아온 가치관에 따라 타인이 볼 때는 가볍게 생각되는 말도 당사자에겐 견딜 수 없는 아픔으로 느껴질 수 있다.

 

만일 당신이 알고 있는 소문이 사실일지라도 결단코 소문의 근원지는 되지 말자. 또한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일지라도 과장하는 중간자도 되지 말자. 타인의 약점이나 단점에 대해서는 알아도 모른 척하는 처세가 필요하다.

 

가십거리는 흥미로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주인공은 어떨지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그 주인공이 라면 어떨까?

살다 보면 가십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가십거리의 주인공은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에 빠지거나 심하면 목숨을 버릴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 후에 미안하다라고 해봤자 그 말이 위로나 치유가 될까남의 아픔이 즐거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신은 더 힘든 이야기의 주인공 이 될 수도 있는 법이기 때문이다.

 

[정혜전의 오피스토크는

 

도서출판 비전코리아가 출간한

 

<착한 말, 착한 대화>

 

내용으로 연재합니다.]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