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견재수 기자] 롯데그룹 창업자이자, 재계 1세대 거상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경영무대에서 퇴진 수순을 밟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일선퇴진에 따라 형제간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은 고령으로 경영 일선에서 제대로 활동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롯데그룹 경영권의 상징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롯데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경영무대를 급히 떠나야 하는 상황이 됐다.
25일 재계와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이날 열린 롯데제과 주주총회에서 49년 만에 사내이사를 내려놨다.
롯데제과는 이날 서울 양평 롯데제과 사옥에서 제49회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민명기 롯데제과 건과영업본부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번 사내이사 선임안에는 지난 1967년부터 사내이사 자리를 한 번도 내놓지 않았던 신 총괄회장의 재선임 안건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임기가 만료된 신 총괄회장은 롯데제과의 사내이사에서 퇴진하게 됐다.
롯데제과 사내이사는 사실 롯데그룹 경영권의 상징적 의미가 강한 곳이다. 롯데제과를 통해 그룹을 일으켜 세웠고, 최근까지도 그룹의 모태기업으로 의사결정의 중심축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 롯데제과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어나면서 롯데그룹 경영무대에서도 사실상 은퇴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롯데제과 주총을 필두로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건설, 롯데자이언트, 롯데알미늄,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주총에서도 신 총괄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은 상정돼 있지 않다. 일부 계열사의 경우도 임기가 만료되면 재선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신 총괄회장의 퇴진은 롯데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마무리 수순으로도 해석된다.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향한 공세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이 경영일선에 있어줘야 하는 탓이다.
의사결정 전반에서 신 총괄회장의 입지가 사내이사 퇴진으로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은 결국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현재 신 전 부회장 측이 제기한 각종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나,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 경영권을 빼앗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마저 경영무대에서 퇴진하며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더 이상 공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게 된 셈이다.
재계에서는 일련의 롯데가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의 롯데제과 사내이사 퇴진과 관련해 "고령으로 인해서 정상적 사내이사 업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