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그랩(Grap)’.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그랩’이 몸집을 키우고 있다. 차량 공유 및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그랩’은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이미 동남아 최대 승차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은 지난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마이택시(My Teksi)란 택시 호출 서비스를 시작으로 공유서비스에 발을 들였다. 그랩은 택시에서 자가용, 오토바이, 삼륜차 등 바퀴가 달린 모든 차량 호출 서비스를 모바일 시스템인 ‘그램 페이’에 담아 빅데이터를 활용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그랩의 동남아 시장점유율은 75%, 하루 평균 이용자 약 400만명, 앱 다운로드 수 1억5000만건. 이제 동남에선 그랩 없이 생활하기도 힘들뿐 아니라 경쟁사들이 진입하기도 어렵다.
◆동남아 통합 ‘슈퍼 앱’으로 몸집 키우는 ‘그랩’
그랩은 말레이시아 국적의 앤서니탄(Anthony Tan)이 지난 2012년 6월 설립했다. 현재 기업 가치는 140억 달러로 한화 약 16조8000억원에 달할 만큼 아시아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랩은 차량뿐만 아니라 음식 배달, 퀵서비스, 금융, 헬스케어, 호텔 등까지 영역을 넓히며 공룡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은행 계좌와 카드번호가 필요 없는 신용카드 ‘그랩페이 카드’를 출시했다. 전세계 5300만 마스터카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다. 그랩은 이 카드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내년 필리핀 등 다른 동남아 국가에 순차적으로 출시함으로써 ‘동남아 전자지갑’으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그랩의 ‘그랩페이 카드’가 택배, 음식·신선식품 배달, 컨시어지 등 라이프스타일 서비스까지 제공할 경우 동남아 슈퍼 앱이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그랩이 동남아 최대 모바일 O2O(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더해 그랩은 ‘슈퍼 플랫폼’으로 거듭날 채비도 마쳤다. 2020년 미국을 비롯한 동남아 증시에 기업공개(IPO) 추진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랩의 주요 투자자는 소프트뱅크, 디디추싱, 현대자동차, SK 등이다.
◆혁신 기업 그랩의 성공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
설립 8년차. 지금이야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지만 그랩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사업 초기,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은 데다 기사들의 거부감도 많아 말레이시아 현지 특성에 맞춰 탄 CEO가 직접 나서 운전자를 모집해야 했다. 또 말레이시아는 신용카드나 자동 결제 시스템 도입률도 낮았다.
때문에 그랩은 오프라인에 먼저 집중하는 등 차분한 현지화 전략을 펼치며 입지 기반을 다졌고 그 사이 말레이시아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이용율을 높이게 됐다.
2013년에는 ‘그랩 택시(Grap Taxi)’란 이름으로 필리핀에 진출했고, 이후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포디아 등지에에도 순차적으로 발판을 넓혔다. 그러면서 그랩은 ‘그랩카(Grap Car, 일반인이 운전하는 콜택시앱)’, ‘그랩바이크(GrapBike, 오토바이 택시)’, 그랩익스프레스(GrapExpress, 소형화물 배달서비스) 서비스도 선보였다.
그랩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은 성공을 견인한 요소로 꼽힌다. 실제 동남아는 현금을 출납할수 있는 ATM이 열악한 경우가 많아 그랩은 알리페이와 같은 QR 코드를 통한 현금결제를 기본으로 했다. 사용자들은 그랩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오토바이나 택시 기사들로부터 현금을 출납할 수도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현금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싱가포르에서는 안드로이드 페이와 알리페이도 사용 가능, 카드를 등록하면 매번 현금으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그랩은 동남아 8개국 340여 도시에서 서비스하게 됐고, 지난해 3월엔 우버의 동남아 사업까지 통째로 인수했다. 그랩은 우버 동남아 사업 부문을 인수한 후 같은 해 12월까지 9개월 만에 매출이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최근 말레이시아 정부는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오토바이 택시를 불러 탈 수 있도록 합법화하기로 하고, 입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랩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그랩은 향후 오픈 플랫폼인 ‘그랩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기업과 제휴를 맺고 새로운 서비스에도 나설 계획이다. ‘훅(HOOQ)’과 온디맨드 비디오 서비스, 핑안굿닥터와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종안인터내셔널과 보험 서비스, 부킹 홀딩스와 호텔 예약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