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우리가 페이스북에 적응할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적응해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 고위 인사들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쏟아낸 비판이다. EU는 페이스북뿐 아니라 구글, 아마존과 같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유럽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사업을 하는데 대한 IT기업 규제 초안을 19일(현지시간) 발표한다.
EU의 IT 기업들 규제 강화 요구는 가짜뉴스, 허위정보 등 현상이 벌어지면서 대두됐다. EU는 2년여 전 이 같은 정보들이 선거에도 개입될 것을 걱정하면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이를 차단을 촉구했다.
당시 EU는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 ‘불순 세력’이 가짜뉴스를 퍼뜨려 선거에 개입하려 할 것을 우려하며 ‘가짜뉴스와의 전쟁’ 액션플랜도 가동했지만 결국 러시아 정보원들이 여론을 조작한 정황을 포착하기에 이른다.
◆EU 유럽의회 선거에도 미국 대선에도 소셜미디어 활용도 ‘쏠쏠’
비슷한 일은 4년여 전 실시된 미국 대선 당시에도 있었다. 실제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도록 페이스북 내 약 5000만명 미국 유권자 정보를 팔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유권자들에게 맞춤 선거운동을 했고 이로 인해 저커버그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사과하고 50억 달러 벌금도 물어야 했다.
문제는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을 통한 정치 광고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트위터는 지난해 10월 정치 광고를 중단한 반면 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허용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페이스북은 지난달 10일 특정 집단을 표적으로 허위 사실을 담은 정치 광고도 허용키로 했다. 즉 페이스북은 다양한 선거에서 단순한 ‘플랫폼’이라기보다 플레이어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에선 내가 세계 1등”…시작된 트럼프 선거운동?
미국 정치권에서도 페이스북 행보에 거센 비난을 퍼붓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선거운동은 이미 시작된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CNBC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에선 내가 세계 1등’이라며 자화자찬했고 지난 15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인기를 과시했다.
페이스북 정치광고 허용 정책에 유명인들의 비판행렬이 이어졌다.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8일 트위터에 ‘페이스북을 지워라’(#DeleteFacebook)는 해시태그와 함께 “별로잖아”(It's lame)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틀 여 앞서선 영국 배우 사샤 배런 코언이 페이스북의 정부규제를 주장했고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도 지난 2일 페이스북 탈퇴를 선언했다.
◆페이스북 향해 쏟아지는 비판, 정치 광고 허용이 부른 후폭풍?
상황이 이렇다보니 EU 정부는 ‘데이터 주권’을 이유로 규제 심화를 예고하고 있다. EU는 플랫폼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짜뉴스 등을 생산하고 선거운동에도 이용되는 등 문제가 불거지 현실에서 거대 IT기업들이 개인정보를 활용해 장사하는 데 대한 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최근 독일 윈헨에 방문, 안보회의 자리에서 자체적인 통제가 실시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저커버그는 “콘텐츠 모니터링을 위해 3만5000명을 고용했으며 매일 수백만 개의 가짜 계정을 삭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부 규제 강화를 동의하지만 규제 자체를 명확하게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최근 기고문을 통해 “규제가 명확하지 않으면서 엄격하기만 하면 기업들은 규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 틀어쥘 수밖에 없다"며 섣부른 규제가 오히려 피해로 돌아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하지만 EU는 강경한 자세로 페이스북에 경고메시지를 던졌다. '우리가 페이스북에 적응할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이 우리에게 적응해야 한다'는 말로 더 이상 현 상황을 묵과하지 않겠단 의중을 전한 것이다. 향후 페이스북 행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