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개인사업자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의뢰를 받아 실질적인 관리·감독 아래 일하다 숨졌다면 산업재해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와 이를 보도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숨진 개인사업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라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A씨는 지난 2022년 12월 26일 초등학교 음악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대형 피아노를 옮기다 깔리는 사고로 안타깝게 숨졌다. A씨는 평소 화물차로 이삿짐을 운송하는 개인사업자였다. 하지만 이날은 다른 회사로부터 피아노를 운반해 달라는 의뢰를 받아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유족은 공단에 "A씨의 사망에 따른 유족 급여와 장례 비용을 달라"고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으로부터 거부당했다. 공단측은 "A씨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적용 대상인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공단의 처분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내린 셈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은 기업이 도급받은 작업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며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에게 일을 의뢰한 회사가 일의 내용과 시기를 결정하는 등 실질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했다는 점과, 일에 필요한 비용과 식대를 제공한 점도 들었다. 이어 개인사업자로서 수행하던 화물차 운전이 아닌 피아노 운반을 하다 사고를 당한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망인(A씨)이 사업주로서의 외관을 갖추었고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의 적용은 받지 않았지만, 사용자인 기업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거나 실질적인 노무 제공 실태와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공단은 항소를 하지 않았고, 판결은 확정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