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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혈액암' 사망자 3명째…"업무상 유해물질 장기 노출이 원인"

노조 "서울시·공사, 예산 확보 미루는 사이 또 한 명 세상 떠났다"
근로복지공단도 산재 인정했지만 예산 공방 속 작업환경 개선 제자리


[KJtimes=정소영 기자] 서울교통공사에서 근무하던 기관사가 혈액암으로 투병 끝에 숨지면서, 서울지하철 현장에서 혈액암 산재로 인한 사망 사례가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 사망자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자 중 세 번째로 확인된 혈액암 사망자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8시경 서울교통공사 소속 임OO(56)씨가 병세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1995년 서울도시철도공사(현 서울교통공사)에 기계직으로 입사해 근무하다 2006년 기관사로 전직, 30년 가까이 서울지하철의 운행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 직원이었다.

임씨는 2013년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 판정을 받았으며, 2021년 12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인정을 받았다. 당시 공단은 판정서에서 “공조기, 변전실, 정화조, 환기실 등 밀폐된 공간에서 유기용제(벤젠 등)에 장기간 노출된 것이 질병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 판정서에는 “신청인이 근무한 시기의 유해물질 관리 수준이 미흡했으며, 일반적 발병 연령(65세 전후)에 비해 43세로 매우 이른 시기에 발병한 점을 고려할 때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씨는 산재 인정을 받은 이후에도 통원치료를 병행하며 근무를 이어갔다. 아들의 골수를 이식받아 수술을 받는 등 완치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2023년 병가를 낸 뒤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결국 숨을 거뒀다. 동료들에 따르면 고인은 병으로 인해 신장이 10cm가량 줄어드는 등 심한 고통 속에서도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 “예산 핑계로 대책 미루는 사이, 또 한 명의 동료가 세상을 떠났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간 의사, 교수, 산업보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을 통해 ‘차량·기계 분야 혈액암 관련 현장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에 따라 △혈액암 예방·감시 시스템 구축 △화학물질 노출 감시 강화 △작업환경 환기 및 세척장비 개선 △노후 설비 교체 등 종합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연구진이 권고한 후속 조치 예산(약 208억원) 확보가 지연되면서 실질적 개선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공사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예산 분담을 미루고 있고, 공사 또한 적자 구조를 이유로 예산 집행을 차일피일 미루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서울시와 공사가 책임을 떠넘기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또 한 명의 동료가 희생됐다”며 “작업환경 개선 예산을 조속히 확보하고, 혈액암 재발 방지 대책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또한 “서울교통공사에서 혈액암 산재로 확인된 사망자는 이번을 포함해 최소 3명”이라며,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체계적 감시와 보건관리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오세훈 시장이 직접 “지하철 노동자 혈액암 특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실제 예산 확보 문제에서는 뚜렷한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행정의 보여주기식 대응이 결국 또 한 명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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