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을 말한다

"산재 사망 은폐는 중대범죄" 쿠팡대책위, 쿠팡 전·현직 대표 형사고발

김범석 의장·해럴드 로저스 대표·박대준 전 대표 규탄…경찰청 앞 기자회견
"증거인멸·산안법 위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철저 수사·엄정 처벌 촉구"



[KJtimes=정소영 기자] 공공운수노조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쿠팡대책위)가 쿠팡 물류센터 산재 사망 사건은폐 의혹과 관련해 쿠팡 전·현직 최고경영진을 형사 고발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대책위는 지난 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해럴드 로저스 대표, 박대준 전 대표를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경찰청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직후 고발장은 즉시 접수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김재천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대책위, 노동당, 법률대리인 등이 참석해 쿠팡의 조직적인 산재 은폐 의혹을 강하게 규탄했다.

◆"과로 산재 사망 후, CCTV 본사 반출…은폐 정황 담긴 내부 메시지 공개"

이번 고발의 핵심은 쿠팡 대구2물류센터(칠곡물류단지)에서 야간 장시간 중노동을 하다 2020년 10월 12일 과로로 사망한 고(故) 장덕준씨의 산재 사망을 쿠팡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노조와 대책위에 따르면 최근 쿠팡 내부 제보자를 통해 공개된 내부 메시지 자료에는, 고 장덕준 씨의 사망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쿠팡이 해당 노동 현장의 CCTV 영상을 서울 본사로 반출해 관리자들을 붙여 분석하며 산재 은폐를 시도한 정황이 담겨 있다.

특히 당시 대표였던 김범석 의장이 CCTV 영상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산재 사망한 고 장덕준 씨가 열심히 노동했다는 메모를 남기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노조는 “이는 단순한 관리 소홀이나 현장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최고경영진이 직접 개입한 조직적 은폐 시도”라고 주장했다.

◆"산재 신청조차 막혀…노동부·경찰 수사 착수"

공공운수노조와 쿠팡대책위는 “고 장덕준 씨 사건 외에도 다수의 산재·질병 사건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조차 해보지 못한 채 쿠팡에 의해 좌절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경찰청이 산재 은폐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 각각 조사와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노조는 “이번만큼은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관계·사법 로비 정황…'쿠팡 접촉 금지' 경고까지"

노조와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쿠팡이 정·관계·사법부 전반에 걸쳐 로비를 시도한 정황도 함께 제기했다.

이들은 “대통령실에도 인맥을 통한 접촉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죽하면 대통령실과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부적으로 ‘쿠팡 접촉 금지’, ‘쿠팡 접촉 시 패가망신’이라는 강력한 경고를 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쿠팡이 그동안 자행해온 산재 은폐, 현장 통제, 노동자 탄압 문제가 이번 형사 고발을 통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산재 은폐는 노동자와 유가족, 동료들을 두 번 죽이는 살인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부위원장은 “산재보험은 기업이 인간에게 일을 시키다 다치거나 죽게 했을 때 최소한의 책임을 지도록 만든 사회적 약속”이라며 “기업이 조직적으로 산재를 은폐하면 노동자는 치료도, 생계도, 재발방지 대책도 모두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쿠팡은 현장에서 쉬쉬하던 산재 은폐를 조직적으로 자행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죽음 위에 기업 범죄가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 사회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제 국가가 쿠팡을 붙잡아야 한다”며 “산재 은폐가 왜 징역형까지 가능한 중범죄인지 이번 수사로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쿠팡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쿠팡의 산재 은폐에 대해 김범석, 해럴드 로저스, 박대준을 고발한다”며 “산재 은폐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쿠팡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들에게 ‘다이어트 때문’, ‘지병 때문’, ‘술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해왔다”며 “고 장덕준 씨의 죽음마저 CCTV를 분석하며 ‘열심히 일했다는 메모를 남기지 말라’고 지시한 것은 유가족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산재 은폐는 노동조건 개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동일한 죽음을 반복하게 만든다”며 “안전한 노동환경 대신 은폐에만 매달린 결과, 쿠팡에서는 한 해에만 8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쿠팡의 조직문화를 두고 “동료가 사망해도 장례식장 위치조차 알리지 않고, 증언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왜곡된 문화가 자리 잡았다”며 “산재 신청을 하면 블랙리스트에 오를까 두려워 참고 일하다 결국 회사를 떠난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경찰을 향해서도 “과거 코로나19 집단감염, 블랙리스트, 노조 문제에서 경찰이 쿠팡 편에 섰던 전례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며 “이번 수사를 시민들이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장은 쿠팡 물류센터에서 반복되는 산재 사고와 이에 대한 회사의 대응을 비판하며 “현장은 점점 더 위험해지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백윤 노동당 대표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정·관계·사법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며 “권력과 자본 앞에 법이 무력화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고발 취지를 설명하며 “김범석 의장은 대표이사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고 장덕준 씨의 산재 사망 사실을 축소·은폐하도록 지시했고, 이는 명백한 증거인멸교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CCTV 영상을 무단 반출해 은폐 목적으로 분석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며, 중대재해 발생 사실 미보고와 조사 방해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사업주로서 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 업무상과실치사 책임도 물을 수 있다”며 “경찰과 수사기관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와 대책위는 “이번 고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출하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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