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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美 '이그니오' 인수 의혹 규명 급물살 …美 법원, 최윤범 회장 측 '증거제출 중단 요청' 기각

美 항소법원, 고려아연 측 '증거제출 중단 요청' 기각… 투자 결정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영풍 "자본잠식 기업에 100배 웃돈" vs 고려아연 "합리적 가치 산정 및 흑자 전환 성공"



[KJtimes=견재수 기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체제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미국 이그니오홀딩스(Igneo Holdings, 이하 이그니오) 고가 인수 의혹’ 규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고려아연 측이 미국 현지 법원에 제기한 증거 제출 중단 요청이 항소심에서도 잇따라 기각되면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투자 결정 과정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인수 정당성을 둘러싼 영풍 측의 공세와 고려아연 측의 방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美 법원, 증거수집 절차 개시…핵심 인물 소환 허가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제2연방항소법원은 현지 시각 지난 6일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이하 페달포인트)가 제기한 ‘증거제출 명령 집행정지 요청’을 최종 기각했다. 앞서 1심인 뉴욕남부지방법원이 영풍의 증거수집 신청(디스커버리)을 인가한 데 이어 항소심 재판부 역시 영풍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영풍은 이그니오 인수 당시의 의사결정 구조, 자금 흐름, 가치 평가 근거 등 핵심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미 법원은 핵심 인물인 페달포인트 CFO 함모씨 등에 대한 증인 소환도 허가하며, 제출될 자료가 이사회의 실사 미흡이나 과대평가 여부를 입증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 영풍 “완전자본잠식 기업에 100배 웃돈… 비정상적 거래”

영풍 측은 2022년 단행된 이그니오 인수가 상식을 벗어난 거래라고 주장한다. 영풍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인수 당시 이그니오는 자본총계 -18.73억원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신생 기업이었다.

특히 영풍은 고려아연이 이그니오 지분을 매입하며 초기 출자 자본금(주당 27.5달러)의 100배에 달하는 주당 2700달러 수준을 지급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초기 투자 펀드들이 설립 1년 6개월 만에 ‘역대급 잭팟’을 터뜨리며 엑시트한 배경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이것이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친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국내외에서 법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의혹의 정점에는 이그니오 인수 당시의 상식 밖의 재무 상태와 거래 조건이 자리 잡고 있다. 영풍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인수 당시 이그니오는 기업의 존속 자체가 의문시되는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었다.

첫째, ‘완전 자본잠식’ 상태의 신생 기업 인수다. 고려아연이 인수를 마무리하던 2022년 11월 당시 공시 자료를 보면, 이그니오의 자본총계는 -18.73억 원으로 이미 밑바닥을 드러낸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설립된 지 불과 1년 남짓 된 신생 회사가 자력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한 수준의 재무 지표를 기록하고 있었음에도, 고려아연은 무려 5800억원이라는 거액의 혈세를 투입해 인수를 강행한 것이다.

둘째, 상식을 뛰어넘는 ‘100배 웃돈’ 지불 논란이다. 거래 가격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이그니오의 설립 초기 출자 자본금은 주당 27.5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지분 매입 과정에서 7월에는 주당 2466달러와 2621달러, 11월에는 2708.7달러를 지급했다. 이는 초기 자본금과 비교했을 때 무려 100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사실상 기업 가치를 천문학적으로 부풀려 인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셋째, 특정 투자 펀드들의 ‘역대급 잭팟’ 배경이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거래의 최대 수혜자는 이그니오의 초기 주주들과 투자 펀드들이었다. 지분 47.5%를 보유했던 1대 주주 MCC NFT를 비롯해 Windchime Limited, PCT Igneo Investor LLC, 타르사디아 그룹(The Tarsadia Group) 등은 회사 설립 후 불과 1년 6개월 만에 투자금의 100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두며 화려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결국 고려아연이 자본잠식 상태의 부실 기업을 과도한 가격에 인수해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친 반면, 현지 투자 펀드들에게는 유례없는 이익을 안겨줬다는 영풍측의 주장이 이번 미국 법원 증거개시 절차를 통해 밝혀져야 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 고려아연 “글로벌 IB 검증 거친 합리적 투자… 신사업 훼손 중단해야”

반면 고려아연 측은 이그니오 인수가 미래 성장을 위한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의 핵심이며, 기업 가치 산정 역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인수 당시 글로벌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기업가치 보고서를 토대로 매도인과 협상하여 합리적인 가격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고려아연은 페달포인트가 이그니오를 포함해 캐터맨(Kataman), MDSi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탄탄한 자원순환 밸류체인을 구축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페달포인트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약 1조 580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설립 이후 첫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회사츳 설명이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 장형진 고문 역시 당시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 결정에 찬성했었다”며 “적대적 M&A 국면이 되자 갑자기 신사업 계열사의 가치를 훼손하고 미래 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비판했다.

◆ ‘디스커버리’ 결과가 주주대표소송의 스모킹 건 될까

미국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고려아연은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는 관련성 등 기본 요건만 충족되면 인용되는 절차적 제도일 뿐”이라며 항소 절차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풍은 확보될 내부 이메일과 협상 기록이 국내에서 진행 중인 주주대표소송의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발 ‘증거 보따리’가 최윤범 회장의 경영 판단이 정당했음을 입증할 ‘훈장’이 될지, 아니면 의혹을 현실로 만드는 ‘스모킹 건’이 될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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