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장진우 기자] 지난 3월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들에게 불합리한 조항을 정리해 시행하기로 한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이 사실상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취재결과 드러났다.
해당업계에서는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을 두고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소비자들은 강제성 없는 공정위의 해결기준에 대해 의미없는 해결방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가 발표한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 따르면, 여행객들은 출발 30일전까지만 여행사측에 취소통보를 하면 여행사 측의 약관 및 계약에 상관없이 위약금 없는 계약 해지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처럼 명확한 기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아직도 여행사와 여행객들 간의 계약해지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신혼여행을 준비하던 A씨는 파혼으로 인해 신혼여행을 불가피하게 취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는 출발 3개월전 여행사에 취소통보를 했으나 여행사로부터는 "이미 납입한 계약금 중 일부만 돌려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공정위의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을 근거로 제시하며, 계약해지와 함께 계약원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몇개월간의 다툼속에서도 여행사측은 위약금 없는 계약해지를 이뤄질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발일이 아직 90일 이상이 남았음에도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또한 계약금 중 일부 반환도 차일피일 미루는 등 여행사 측의 기만행위에 할말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여행사 측에서도 이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측에서 제시한 기준이 있기는 하나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은 현실성이 부족해 회사측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여행사 관계자는 "신혼여행 같은 허니문 상품은 출발 몇개월전 이미 호텔예약과 항공권 예약이 모두 확정예약되야 하는 특징이 있다"며 "여행사측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마진을 남기기 위해 프로모션 상품들을 선호하고 그런 상품들은 조건들이 까다로워 계약해지시에는 패널티를 받을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사는 최소한 손해를 보지 않기위해 패널티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요구할 뿐이지 이득을 보기위해 위약금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쟁해결 기준에 현실성을 좀더 추가해야 여행객들과 여행사간의 혼선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여행객인 B씨도 항공편의 지연으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을 통해 홍콩으로 출발는 비행기를 탑승하려던 B씨는 비행기가 발권시스템의 오류로 탑승이 지연됐고 이로 인해 21시 40분에 출발했어야 할 비행기는 자정을 넘어 00시 15분에 출발했다.
항공기의 지연시간은 약 2시간 30분이었고 때문에 이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했지만 제주항공 측에서는 회사의 규정을 제시하며 보상규정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상을 거절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공정위의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 적용된다.
공정위가 마련한 항공기 운항기준에는 항공기가 2시간을 초과해 지연될 경우 구간운임의 10%를 배상하도록 돼 있다.
4시간을 초과해 지연될 경우는 구간운임의 20%를, 12시간 초과 지연될 경우에는 구간운임의 30%를 일률 배상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항공사 측은 배상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출발시간 기준으로 보면 2시간 이상 지연된것이 맞지만 탑승을 11시 20분경 부터 시작했기때문에 2시간 이상 지연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결국 제주항공은 이에 대한 보상처리 없이 이번 문제를 넘겼다.
여기에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라는 점도 공정위의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준은 마련돼 있으나 이를 따르는 것은 선택이다보니 회사의 피해를 감수해가며 따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분쟁해결 기준은 보다 세세하고 명확하게 돼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권고사항인 탓에 기업들이 준수하지는 않는 상황"이라며 "실제 소비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기업과의 분쟁을 줄이려면 기업들이 분쟁해결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제도도 함께 마련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