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이지훈 기자]10대 재벌그룹 상장사 대다수가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투자는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나 그 이유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10대 그룹 소속 상장법인 중 연구개발비 분석이 가능한 55개 기업의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모두 30조1188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27조8145억원보다 8.28%(2조3042억원) 늘어난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기업들이 연구개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올해 하반기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일부 반영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이 완연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적극적인 경기 부양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기대에 힘을 보탠다는 얘기다. 여기에 국내 기업의 수출과 관련해 악재로 꼽혔던 중국 경기 둔화도 한층 완화될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업들의 행보에 긍적적인 반응이다. 연구개발은 미래 먹을거리를 찾는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존 사업이 한계점에 도달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거나 세계적 경쟁이 격화됐을 때 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대 연구개발이 향후 투자 확대를 위한 기초작업이라는 면에서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룹별로 어느 정도 연구개발에 투자를 했을까.
그룹별로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연구개발비를 1조3000억원 가까이 늘렸던 삼성그룹(9개사)의 연구개발비 증가액이 6559억원(8.37%)으로 압도적으로 컸다. 현대자동차그룹(9개사)은 총 1795억원(11.67%)을 늘렸다.
LG그룹(9개사)과 SK그룹(11개사)이 각각 1253억원(3.83%), 1137억원(12.92%)을 증액했다. 특히 LG그룹에선 LG전자의 연구개발비 투자액은 줄었지만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주요 IT계열사의 투자는 확대됐다.
두산그룹의 경우 액수 자체의 증가 폭은 961억원으로 그리 크지 않았지만 증가율로는 연구개발비를 36.37% 늘려 전체 그룹 중 1위에 올랐다.
전체 55개 상장사 중 연구개발비가 늘어난 기업은 31개(56.36%)다. 반면 줄어든 기업은 24개(43.64%)로 연구개발비를 늘린 기업이 다소 많았다.
연구개발비 증가 폭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작년 동기보다 6785억원(9.62%) 많은 7조7351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127억원(15.89%) 늘어난 8219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두산중공업(933억원·65.97%), SK하이닉스(921억원·16.69%), LG디스플레이(726억원·8.86%), LG이노텍(487억원·31.75%), LG화학(464억원·14.36%) 등의 순으로 연구개발비 증가 폭이 컸다.
증가율로만 봤을 때는 현대로템이 가장 앞섰다. 지난해 상반기 8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74억원으로 연구개발비 규모를 337.18% 늘렸다.
반면 연구개발 투자가 감소한 기업들도 있었다. 눈에 띄는 기업은 LG전자다. 지난해 삼성전자에 이어 연구개발비 증가 폭이 컸지만 올해 상반기 지난해보다 473억원(2.55%) 적은 1조8075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이외에 현대모비스와 LG유플러스가 연구개발비를 각각 82억원, 74억원을 줄였다. 현대건설(-55억원), SK이노베이션(-50억원), SK커뮤니케이션(-5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감소 폭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중공업이다. 지난해 상반기 138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31억원으로 연구개발비를 절반 이상 삭감했다.
한편 국내 기업 중에도 특히 IT업체들은 날로 거세지는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연구개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최근 애플 외에도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의 과거보다 향상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국내 IT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