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둘러싼 논란을 소개했다.
FT는 19일 '정부의 소기업 지원에 따라 재벌이 '두부 전쟁'에 뛰어들었다'(Chaebol pulled into 'tofu war' as Seoul backs small companie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정부가 재벌들의 진출을 제한하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지정할 계획을 내놓자 재벌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동반성장위원회가 두부와 비누, 전구, 산업 금형, 위성수신기, 선글라스, 장난감, 진공청소기 등의 물품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두부 전쟁'은 한국 정부가 놀라울 정도로 분열되고 있는 경제를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FT는 한국 경제의 상황에 대해 12개 정도의 재벌들이 굳건한 수출 실적과 함께 가열차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전체 고용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분야는 훨씬 취약해졌고 늘어나는 청년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은 위원회가 재벌과 맞붙는 구속력 있는 법을 도입하려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대신 언론을 이용하고 재벌이 중소기업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과표를 내놓음으로써 도덕적인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사회적 압력을 행사해 재벌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행동이 부끄러운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라면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3년간만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FT는 오는 9월 발표될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국가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분야별 반응도 전했다.
재벌들은 이 조치가 자유 시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보호주의 때문에 가격이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투덜거리고 있다. 또 유럽연합 외교관들은 중소기업 보호조치가 최근 체결된 한ㆍEU 자유무역협정을 위배하는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재벌들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그런 지침은 과보호이며 아마도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소비자의 권리와 주요 기업 직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한국은 독일과 일본, 스위스처럼 첨단 기술과 산업 분야에서 부품을 만드는 전문 중소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 교수는 "우리는 자동차와 전자 분야에서 세계 리더들과 사귀고 있지만, 이는 부품 수출과 대일 무역 적자 심화로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지난해 대일 무역에서 360억달러(약 38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장 교수는 또 일본의 대기업들은 지분 인수와 기술 노하우 공유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기보다는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한국 정부가 재벌들에게 태도를 바꿔 공급자와 생산적인 동반관계를 형성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재벌 총수들은 여전히 이를 비웃고 있다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익 공유제 제안에 대해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을 예로 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