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NH투자증권이 이상하다. 고객 돈을 마음대로 주무르다가 손실이 나자 잠적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다. 출범 당시 “준법과 윤리 기반의 정도 경영 실천을 생활화함으로써 고객 신뢰도 1위의 회사로 도약하도록 하자”는 김원규 사장의 호기로운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업계 일각에선 내부감사시스템이 너무 허술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은 단단히 체면을 구기며 난처한 상황에 빠진 형국이다.
그러면 자기자본 기준 국내 최대 증권업체인 NH투자증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경찰은 현재에 NH투자증권 용인 수지지점에서 근무하던 김모(43)씨를 수사하고 있다. 고객들의 돈을 임의로 투자했다가 손실을 내고 잠적한 혐의다.
앞서 NH투자증권은 김씨가 최근 2∼3년간 고객 11명이 투자한 46억여원을 임의로 빼내 다른 곳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낸 뒤 잠적했다면서 수원남부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하고 소재 파악에 나선 상태다.
업계와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7년부터 고객 동의도 없이 임의로 고객 돈을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임의로 ELW 등 파생상품에 투자에 투자했다. 그러다가 손실이 발생하자 투자 실패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불법 투자를 통한 투자자금 손실을 숨기기 위해 고객들에게 허위 잔고증명서를 발급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관련된 피해를 입은 고객들로부터 민원을 접수하고 김씨를 고발조치하는 한편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김씨가 관리한 고객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해 피해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고객 10명(42억여원)의 피해내용을 더 밝혀내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건 해결과는 별개로 NH투자증권의 ‘신뢰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해 탄생한 NH투자증권에서 불과 출범 8개월만에 이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린 것은 금융사의 생명인 ‘신뢰도’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업계 일각에선 직원의 불법 행위를 수년간 모르고 있었던 것이어서 내부감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부감사에서도 걸러내 못하는 등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 같은 분위기는 김 사장을 난처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출범 당시 그는 “업계 1위 증권사로서 수익을 내는 것만큼이나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사령탑’에 오른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내부감시시스템이 허술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내부의 감시시스템보다 내부통제시스템이 맞는 것 같고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사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비윤리적인 금융사였다면 쉬쉬하면서 넘어 갔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원 신병확보가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자발적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의 생명은 신뢰도”라면서 “아무리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신뢰도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해 탄생한 초대형 증권사다. 현재 총자산 42조6000억원, 자기자본 4조4000억원 규모를 갖추고 있다. 김 사장은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출신으로 출범 1기 사장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