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서민규 기자]신세계그룹의 차명주식 논란이 금융감독 당국으로 퍼질 조짐이다.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이 논란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을 정조준하고 나선 까닭이다.
감독당국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차명주식에 따른 5% 공시 위반을 확인하고도 제재에 대해서는 침묵했다는 점에서 ‘재벌 봐주기’의 전형이라는 일침을 가했다. 논란이 어떤 파장을 나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18일 관련업계와 경제개혁연대 등에 따르면 신세계 차명주식 논란은 지난해 불거졌다. 신세계 오너일가의 차명주식 문제가 수년간 여러 의혹을 낳았지만 지난해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이 문제가 공개됐다.
선대회장 시절의 관행이던 차명주식이 존재했던 신세계가 오너일가의 조세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차명계좌를 유지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세무조사가 마무리되어가던 시점에 신세계는 부랴부랴 신세계와 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의 차명주식을 실명 전환했다.
이후 이에 대해 국세청은 신세계에 미납 법인세 등 추징 세금을 부과했고 이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 오너일가에 대해서도 증여세 등으로 수백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또한 이를 조사한 금감원도 지난 3월에 신세계의 차명주식 공시위반에 대해 경고 조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였던 신세계의 차명주식 논란은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감원이 제재의 내용과 판단 근거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제개혁연대는 “신세계그룹 차명주식 논란이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5% 공시 위반에 대해 금감원이 단순 경고 조치로 마무리하려고 했다면 감독기구로서의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문제가 된 차명주식은 이 회장이 실소유자이지만 구학서 고문을 비롯해 석강, 이경상, 최병열 등 전직 임원들이 보유·관리하던 것이다.
이들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은 신세계 9만1296주(0.92%), 이마트 25만8499주(0.93%), 신세계푸드 2만9938주(0.77%) 등 총 37만9733주디. 이는 지난해 11월 6일 신세계그룹의 5% 보고 정정공시 당시를 기준으로 할 때 828억원어치에 상당하는 규모였다.
경제개혁연대는 “금감원은 조사 후 구학서 고문이 보유한 지분에 한해 공시의무로 볼 수 있다고 판단, 이 회장과 구학서 고문에게 경고를 통보하고 나머지 차명주식에 대해선 시효만료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행 자본시장법상 5% 신고 위반의 경우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및 처분명령이 가능하며(법 제150조), 시가총액의 10만분의 1 이내의 과징금 부과(법 제429조 제4항)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금융위는 또한 5% 신고 의무에 따라 제출된 보고서의 미비 또는 중요사항의 허위기재 또는 누락에 대해 보고서 정정을 명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거래 정지·금지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조치란 임원에 대한 해임조치, 동법 위반 시 고발 또는 수사기관에 통보, 타법 위반시 관련기관이나 수사기관에 통보, 경고 또는 주의 등을 말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대목에 대해 “만일 금감원이 주의 내지 경고로 결론 내렸다면 이는 차명주식 발각에 따른 공시위반을 보고서 기재상의 단순실수 내지 기재오류 정도로 여겼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 내용과 근거가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라며 “경미한 조치를 결정했다면 당연히 그 판단 근거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금감원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결국 재벌 봐주기를 위해 증선위의 제재심의가 필요 없는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를 선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감원은 지금이라도 신세계 차명주식 보유·운용에 따른 공시위반 조치의 상세한 내용과 그 근거를 공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