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장우호 기자]오는 10월 8일 장애인 보조로봇 기술을 겨루는 국제 경기 ‘사이배슬론’ 첫 대회를 앞두고 서울 마포구 소재 서강대 체육관은 긴장감과 열기로 가득 찼다. 그 중심에는 하반신 마비 장애를 앓고 있는 김병욱(42)씨가 있었다.
김씨는 평범한 청년이던 1998년 뺑소니 사고를 당해 9번 흉추 완전 마비 판정을 받았다.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에 의존하지 않고는 활동이 불가능했던 그는 20년 가까이 다시 걸을 날만 꿈꿔 왔다.
그러던 김씨가 기적처럼 일어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힘든 기색을 감추지는 못했지만, 하반신 마비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김씨의 걷고 싶다는 꿈을 이루게 된 배경에는 공경철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있었다.
이들이 출전하는 '사이배슬론'은 장애인 선수가 보조로봇 기술 등 의공학 분야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대회로 '아이언맨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대회명은 인조인간을 뜻하는 사이보그(cyborg)와 경기를 뜻하는 라틴어 애슬론(Athlon)을 합성해 지어졌다.
스위스 국립로봇역량연구센터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엑소스켈레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전동 의수 경연 등 총 6종목으로 이뤄졌다. 올해 대회에는 스위스와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25개국에서 74개팀 300여명이 참가한다.
김씨와 서강대 공동연구팀은 이 대회 6종목에서 '엑소스켈레톤(입는 로봇)' 종목에 국내 단일팀으로 출전한다.
이 종목은 목발과 웨어러블 로봇을 활용해 장애인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척수 손상으로 마비된 장애인이 로봇을 착용한 채 앉기, 서기, 장애물 통과, 경사로 통과, 징검다리 건너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 6개 코스를 10분 안에 통과해야 한다.
김씨가 경기에서 입을 최첨단 수트는 사람의 근육 구조를 그대로 모방해 만든 것으로, 서강대 기계공학과, 로봇개발업체 SG메카트로닉스, 세브란스재활병원 연구진으로 꾸려진 공동연구팀이 개발했다.
김씨는 "대회를 준비하며 다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면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장애인을 위한 입는 로봇이 널리 사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회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연구팀은 실전과 비슷한 환경을 갖추고자 서강대 체육관에서 오는 10월 1일까지 공개 훈련을 하기로 했다.
한편 김병욱씨는 젊은 시절 테니스 선수와 코치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으며, 사고 후에도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휠체어 럭비선수로 활약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