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현수 기자]일본에서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40~50대로 중장년층이 된 히키코모리 인구는 61만명에 달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3일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중장년의 '은둔형 외톨이'가 강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범죄의 해자가 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는 장기간 집에 박혀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을 뜻한다. 199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신조어로 '틀어박히다'라는 일본어에서 유래됐다. 세상과 거의 교류하지 않으며 6개월 이상 자택에서 지내는 사람들로, 우리말로는 '은둔형 외톨이'로 불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 주택가에서 학교 버스를 기다리던 초등학생들을 상대 무차별 흉기 난동을 벌인 50대 남성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인 이와사키 류이치(岩崎隆一·51)씨는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초등생 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초등학생 1명과 성인 2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 부모의 이혼으로 어린 시절부터 80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집에서 얹혀 살던 그는 장기간 직업을 갖지 못한 채 집에 틀어박혀 지낸 외톨이였다.
사건 후 고령의 삼촌 부부가 과거 나가사키시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개호(介護·환자나 노약자 등을 곁에서 돌보는 것) 인력을 집에 들일지를 고민하면서 히키코모리 성향이 있는 이와사키 씨가 반대할까 걱정이란 이야기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와사키 집에서 대량 살인 사건을 다룬 잡지 2권도 발견했다.
지난 2일 발생한 전직 차관의 장남 살해사건도 세상과 소통이 끊긴 사람들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차관급)을 지낸 구마자와 히데아키(熊澤英昭·76) 씨는 도쿄도 네리마(練馬)구의 자택에서 장남 에이이치로(英一郞·44)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이 사건은 장남이 인근 초등학교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고 화를 낸데 대해 말싸움으로 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마자와 씨는 경찰에 "아들이 히키코모리처럼 방에만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정 내 폭력도 있었다"며 "가와사키시 20명 살상사건을 알고 있다. 장남도 남에게 해를 가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중장년의 히키코모리가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 등장하는 사건이 잇따르자 일본 사회에서는 히키코모리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히키코모리는 일본에서 경기 침체가 시작된 1990년대부터 사회 문제로 부각됐지만, 제대로 된 대책도 없이 20년가량 흘러서다. 그사이 20~30대였던 히키코모리 청년들은 40~50대 중장년이 됐다. 앞서 일본 내각부는 지난 3월 40∼64세 중장년 히키코모리를 처음 추산해 전국적으로 61만3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히키코모리 세대가 중장년층이 되면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던 부모세대도 노년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히키코모리 자녀가 50대가 되고 부모세대는 보살펴줄 사람을 찾지 못한 채 80대에 접어들었는데, 이 경우 부모와 자녀 모두 기본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히키코모리 관련 범죄를 이유로 모든 히키코모리를 반 사회적인 예비 범죄자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히키코모리를 범죄자와 동일시하는 것은 사실에 비춰볼 때 맞지 않는 일일 뿐 아니라 히키코모리를 줄이는 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히키코모리 경험자와 당사자의 발언을 전하는 언론 매체 '히키 포스' 편집장은 지난달 30일 인터넷 사이트에 "세상이 히키코모리에 대해 무차별 살인범 예비군 같은 편견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