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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AI 시대, 화려한 실적 뒤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 과제는?

KCIF "韓 전략적 선택, 행정 규제 해소와 금융 지원으로 공급망 대응력 키워야"
AI 열풍 뒤 그림자, 올해 반도체 매출 26% 성장과 심화되는 공급망 취약성
반도체 가치사슬의 양극화, 신흥국의 '자원' vs 선진국의 '기술 독점' 구조
최종재 5개국이 시장 80% 장악... 소수 국가 편중이 부른 '지정학적 화약고'


[KJtimes=정소영 기자] 반도체가 전략적 핵심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무역 갈등과 수요 급변에 따른 공급망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와 주목된다.

국제금융센터(KCIF) 고재우 연구원은 지난 20일 'AI 시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잠재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으로 반도체가 전략적 핵심 산업으로 부상함과 동시에 무역 갈등과 수요 급변에 따른 공급망 취약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매출 증가율은 고성능 컴퓨팅 수요 급증에 힘입어 2025년 22.5%에서 2026년 26.3%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 성장 이면에는 특정 지역 편중과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구조적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 가치사슬 끝단 갈수록 ‘소수 국가 편중’ 심화

고재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가치사슬을 원자재, 중간재, 최종재의 3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 지역적 특징을 상세히 분석했다.

우선 원자재 부문은 고순도 실리콘, 아르곤, 갈륨 등 풍부한 천연자원을 기반으로 하며,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 신흥국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글로벌 수출 비중은 비록 낮은 수준이나, 최근 글로벌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단계인 중간재는 일본, 미국, 네덜란드 등 기술 선진국들이 확고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 분야는 품질 경쟁력과 숙련 인력 등 기술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단기간 내에 기존 주도국을 대체하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생산의 마지막 단계인 최종재는 공정별로 우위 지역이 갈렸다. 전(前)공정은 한국과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독보적인 우위를 유지하며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있는 반면, 후(後)공정은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한 동남아시아 지역이 수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최종재 단계는 상위 5개국이 전체 수출의 약 80%를 독점할 정도로 생산 집중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한 번 막히면 연쇄 마비”... 공급망의 3대 취약성

고재우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이 가진 긴 리드타임(공장 건설부터 양산까지의 시간)과 지역적 편중으로 인해 세 가지 주요 리스크를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재고 확보 경쟁 위험'이다. 공급자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차질이 발생하면 수요자들이 사재기에 나서며 가격이 폭등한다. 실제로 2026년에는 반도체 가격 상승 여파로 스마트폰(-2.0%), 노트북(-2.4%) 등 주요 전자제품의 생산 및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둘째는 '공급망 연쇄 차질 위험'이다. 2019년 한일 갈등에 따른 소재 수출 규제, 2025년 미국의 대중국 엔비디아 블랙웰 시리즈 수출 차단 사례처럼 지정학적 충격은 대체 공급처 확보를 어렵게 만들어 생산 차질을 전방위로 확산시킨다.

셋째는 ‘전방 산업 파급 위험’이다. 2022년 반도체 쇼티지 당시 자동차 산업의 감산 사태가 입증하듯, 반도체 수급 불안은 전기전자, 기계 등 연관 산업 전체의 실물 경제 타격으로 이어진다.



◆ 아시아가 주도하는 AI 수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아시아 지역은 2025년 상반기 글로벌 AI 수출 증가분의 약 3분의 2를 기여하며 수혜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고재우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을 성장 기회로 삼기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중간재와 최종재 중심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제언하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투자 여건 제고를 위해 인허가 및 부지 확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투자 집행의 속도와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인프라 기반 확충 차원에서 AI 수요 확대에 대비한 전력과 용수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생산 중단 리스크를 차단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 측면에서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및 보증·보험 기반의 리스크 분담 체계를 마련하는 등 금융 접근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특정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외 리스크가 낮은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대체 공급처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재우 연구원은 “기업의 생산거점 선택 기준이 과거 비용 효율에서 이제는 리스크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단순한 비교우위를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적 신뢰성을 제고해 외부 충격에 강한 공급망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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