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한규 기자]ING생명이 이상하다. 얼마 전 순조롭게 진행되던 ‘ING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꾸더니 이번에는 ‘보험왕’으로 선정돼 활동하던 우수보험 설계사의 13억 사기사건이 터지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위상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ING생명의 위상을 실추시킨 주인공은 11회에 걸쳐 ‘우수 보험설계사’로 선정돼 활동하던 문모(42)씨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ING생명에서 보험설계사로 일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남대문시장을 활동무대로 삼았던 문씨는 평소 돈 많고 ‘잘나가는’ 대학동문들이 자신을 도와준다며 과시했다.
그는 매달 고수익의 고정수당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이나 가입자가 원하면 불입금액 전액을 돌려주는 보험 상품이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안심하도록 투자금액의 3%를 수익금으로 매달 지급하며 ‘현금보관증’도 써줬다.
하지만 이것은 사기극에 불과했다. 실제로는 투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보험 상품에 투자하지 않고 모두 개인주식투자에 사용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홍모(48·여)씨와 한모(47·여)씨 등 15명이 높은 수익금을 주겠다는 감언이설에 현혹해 투자했다가 피해자로 전락했다.
일례로 한씨의 경우 문씨가 사무실에 찾아와 950만원을 투자하면 한 달 뒤 2000만원을 주겠다고 말해 6750만원을 투자했다가 피해자 신분이 됐다. 이밖에 부인 소개로 만난 남대문시장 아동복 디자이너 등 총 15명에게 12억67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결국 그는 특가법상 사기 혐의로 지난 6일 쇠고랑을 찼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엇보다 ING생명 인사 검증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기 등 전과가 있는 인물을 정확한 검증절차 없이 ‘우수 보험설계사’로 11차례나 선정해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투자자들은 문씨가 ‘보험왕’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접근했고 이를 더욱 신뢰해 투자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그는 사기 등 전과 6범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ING생명에는 우수설계사 클럽인 라이온(Lion)있고 문씨도 이 클럽 멤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라이온은 단순히 소득이 높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유지율, 근속연수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상위 8% 이내 설계사만이 라이온으로 불릴 수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그를 멤버로 선정했는지 의아하다”고 궁금증을 나타냈다.
ING생명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가 전과 6범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보험업법에 따라 그를 채용했을 뿐이다" 며 "'라이온' 경우에는 회사 내부 기준에 의해 선정됐을 뿐이고 이미 그는 지난해 2월 경에 그만 뒀다" 고 일축했다. 아울러 피해액 등 보상책에 대해선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한편 ING생명은 얼마 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급작스럽게 바꾸면서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그동안 보고펀드-동양생명에 우선협상권을 주고 매각협상을 벌이다가 우선협상대상자를 MBK파트너스로 바꾼 것이다. 이로써 매각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비관적 시각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KB금융지주도 인수 막바지까지 갔다가 이사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MBK파트너스가 사모펀드인 만큼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의 금융사 인수를 승인할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ING생명 매각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 속에서 사기사건에 휘말린 것은 악재”라면서 “올해 안에 지분 50%를 매각하고 2016년까지 나머지 지분을 팔아야 하는 ING본사 입장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