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실형 확정으로 인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현재 그 후폭풍 중심에 선 것은 SK그룹의 새로운 성장판으로 부상한 SK하이닉스. 하지만 회장 부재로 신성장동력 추진에 대한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SK하이닉스가 SK그룹 편입 직후 공격적으로 벌여온 인수합병(M&A) 작업은 지난해부터 사실상 ‘올 스톱’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컨트롤러 업체 LAMD와 이탈리아 낸드플래시 개발업체 아이디어플래시를 2012년에 잇따라 인수했지만 지난해에는 눈에 띄는 M&A 시도가 없었다.
게다가 ‘마더 팹(Mother FAB·연구공장)’ 역할을 해 온 이천공장에 신규 클린룸을 짓기 위해 거액을 투자하기로 일단 결정한 것도 답보 상태다. 업계 일각에선 향후 대규모 추가 투자를 위한 결단은 지연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이천 본사 공장 신축 공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에 주력해 온 SK하이닉스는 이미 20년 가까이 지난 이천 본사 공장을 새로 짓기로 하고 지난 연말 1조8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공시까지 했다.
200㎜ 웨이퍼 생산을 위해 1994∼1997년 조성된 이천 팹은 노후화한 상태여서 새로 ‘복층 구조’로 공장 외관을 짓고 기존 설비를 옮겨놓을 계획이다. 공정은 올해 6월부터 1년간이다.
문제는 기존 설비를 다 옮기더라도 복층 구조의 나머지 한 층은 공간이 남는다는 것. 잔여 공간에 설비 투자를 다 실행하면 7조∼8조원의 추가 재원이 들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한다. 따라서 이천 공장의 추가 투자를 위해선 그룹 오너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지만 최 회장 부재로 사업 추진의 영속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신성장동력인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발목이 잡힌 셈이다.
사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상당한 성과를 올리며 도약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중국 우시(無錫) 공장 화재라는 악재를 딛고 눈부신 성적표를 올렸다.
지난달 14일로 SK그룹 합류 2주년이 지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14조1650억원, 영업이익 3조3800억원을 올렸다. 그룹의 맏형인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인 2조110억원을 넘어선 최고 성적이다. 그룹 편입 전에 비해 영업이익이 무려 9배나 증가했다. 시가총액은 27조원대로 늘어 국내 4위로 올라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나 M&A가 필요할 것이지만 최태원 회장의 부재에 대한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며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신성장동력인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전략적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