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대주주들의 전횡을 막으라고 도입한 사외이사들이 고액 연봉만 챙기면서 거수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임원 연봉과 퇴직금 인상, 이사의 보수한도 상향 등 일반 주주의 이해와 충돌할 수 있는 주요 안건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도 찬성 이외의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17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10대 그룹 91개 상장 계열사가 지난해 개최한 이사회 횟수는 평균 10.5회에 총 2151건의 안건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보류된 안건은 2건으로 전체의 0.09%에 불과했다. 또 수정가결은 1건에 조건부가결은 아예 없었다. 이를 놓고 보면 사외이사들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 안건은 3건에 그친 셈이다.
전체 341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찬성 이외의 의견을 던진 사례는 총 14명으로 전체의 4% 정도 밖에 안됐다. 이중 직접 반대의견을 낸 경우는 2명이며 나머지는 기권과 보류였다.
결국 전체 사외이사 가운데 이들을 제외한 327명이 1년간 단 한 번의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으며, 대주주와 경영진 편에서 안건을 그대로 통과시켰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챙긴 연봉을 들여다보면 많게는 9000만원 이상이었다.
그룹별로 평균 연봉이 가장 높았던 곳은 삼성 계열사로 평균 7500만원이었다. 이어 현대차 6900마원, LG 6400만원 순이었다. 현대중공업과 롯데 두산EH 각각 5800만원~5400만원 수준이었다.
각 계열사 중에서는 LG 사외이사들이 1인당 95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보수액을 보였다. 6일 동안 이사회를 개최한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1500여만원을 급여로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에스원도 9400만원이나 됏으며 삼성SDI와 현대차 8700만원으로 같은 수준이었다. 제일모직도 8600만원의 사외이사 급여를 챙겨줬다.
10대 그룹에 속하지 않지만 유동성 위기로 해체된 STX그룹과 동양그룹 사외이사들의 역할도 아쉬움이 남는다.
(주)동양의 경우 2012년과 2013년(1~9월) 각각 48차례와 36차례의 이사회를 열었지만 이의 제기를 한 안건은 단 한 개도 없었다. 게다가 2012년에는 사외이사 전원이 불참한 이사회가 18번이나 됐다.
이 같은 사외이사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회사의 사업여건을 향한 로비나 방패막이, 또는 거수기로 활용하려는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사외이사 선임에 권력기관의 입김이 작용하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은 기업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으로 종종 거론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자리를 권력기관에서 은퇴한 후 잠시 머물렀다 가는 자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회사의 주요 사안을 가볍게 여기는 사외이사들의 자세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사외이사들도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면 지금과 같은 안일한 모습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