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삼성그룹이 그룹 내 합병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3세 경영승계 본격화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31일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 합병한데 이어 2일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합병을 결의했다. 삼성종합화학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석유화학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합병 방식으로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이 1대2.1441의 비율로 합병한다. 합병 회사의 명칭은 ‘삼성종합화학’이다. 양사가 합병하면 연매출 2조 6000억원, 자산 2조 5000억원 규모의 화학 소재 회사로 재탄생한다.
삼성종합화학은 “대내외의 불투명한 석유화학 산업의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해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삼성그룹의 계열사 합병으로 삼성의 3세 경영권 승계 구도가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이번 합병으로 삼성 계열사 사업부문 조정이 탄력을 받고 있다"며 "사업구조 개편 토대를 확고히 했으므로 그 다음 수순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의 핵심은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되어 실질적인 지분율로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며, 결국에는 자녀들끼리 계열분리를 정착화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따라 몇 단계의 인적분할 없이 지주회사 전환은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것이므로 향후 3~4년 기간을 정해놓고 단계별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결국에는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는 LG그룹처럼 지주회사를 분할함으로써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 등이 계열분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금융 계열사를 맡고, 장녀인 이부진(44)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차녀인 이서현(41) 제일기획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합병 전 삼성석유화학 지분 33.2%를 보유해 최대 주주였던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삼성종합화학 지분 4.91%를 갖게 됐다. 합병된 삼성종합화학의 최대 주주는 삼성물산(36.99%)-삼성테크윈(22.56%)-삼성SDI(9.08%)-삼성전기(8.97%)-삼성전자(5.25%)-이부진(4.91%)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계열사 간 지배관계와 사업 구획이 정리되는 효과를 얻어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