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가구업계 선두인 한샘 조창걸 명예회장의 이색 재테크가 재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 진출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과감한 현금배당을 한 것이 단초가 됐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의 지난해 현금 배당은 22.6%로 나타났다. 조 명예회장 일가의 한샘 지분 보유현황은 ▲조창걸 회장 22.71% ▲조창권씨 0.21% ▲조창식씨 0.40% ▲조창환씨 0.31% ▲김미례씨 0.17% ▲조원찬씨 0.69% ▲조은영씨 1.32% ▲조은희씨 0.88% ▲조은진씨 0.72% 등이다. 이밖에 최양하 대표가 4.28%를 보유 중이며, 이들 대부분이 조 명예 회장의 형제와 딸 등 특수관계인에 포함된다.
현금배당은 ‘과감하게’
한샘의 주당 액면가는 1000원으로 지난해 조 명예회장이 챙긴 현금 배당은 12억여원이다.
조 명예회장과 함께 김미례씨 892만7000원, 조원찬씨 3672만5000원, 조은영씨 7039만9000원, 조은희씨 4687만2400원, 조은진씨 3812만6200원, 최양하 대표 2억3271만8980원을 받았다.
조 명예회장은 오래 전부터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로, 대신 전문경영인인 최 대표가 1994년부터 실질적으로 한샘을 이끌고 있다. 또 특수관계인 중에서도 극소수만 한샘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명예회장 일가 대부분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배당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같은 고배당은 해마다 계속돼 왔다.
한샘의 최근 5년간 현금 배당을 살펴보면 ▲2013년 22.6% ▲2012년 30.7% ▲2011년 29.7% ▲2010년 30.9% ▲2009년 34.0% 수준이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샘의 주요 주주는 창업자 일가를 포함해 친인척과 계열사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이들은 경영 참여와 별 관계없이 배당금이 챙겨 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조 회장의 장녀인 조은영씨가 2대주주(35.5%)로 있는 한샘이펙스는 지난해 30%의 현금배당(액면가액 5000원)을 단행했다. 조 회장과 최 대표도 한샘이펙스 지분을 각각 5%와 41.3% 가지고 있다.
한샘 주가는 지난해 5개월간 78.97% 급등하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런데 5월말까지 오너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 26만3000여주가 장내 매도되면서 이틀 동안 9.09% 급락했다.
당시 조 명예회장과 조창식 한샘도무스 대표 , 조창권씨, 조창환씨 등이 4~5월 사이 지분 일부를 분할매도해 11만 3000주를 팔기도 했다. 또 다른 친인척 김미례씨도 1500주를 매도했다. 여기에 한샘도무스, Hanssem Inc 등이 가세했다.
당시 주식 매도는 2만2600~3만3000원 사이에서 이뤄졌으며 이들은 이 과정에서 약 8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한샘의 주가는 전고점을 돌파한 시점”이라면서 “무엇보다 계열사인 한샘도무스와 Hanssem Inc가 5월 30일 각각 3만1815원, 3만1800원에 전량 매도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고 회고했다.
조 명예회장 일가의 주식 매도 사례는 또 있다. 그의 남동생들인 조창식씨, 조창권씨, 조창환씨는 지난해 7월말부터 3개월간 보유 주식 일부를 처분해 현금을 챙겼다.
조창식씨의 경우 7월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총 13번에 걸쳐 총 2만6000주를 매도했다. 이 매도로 그가 챙긴 현금은 10억2300만원 가량이다. 같은 시기 조창권와 조창환씨는 각각 1000주와 1만8330주를 매각했다. 이에 따라 각각 3억7200만원과 7억1200만원의 현금을 받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 일가 중 한샘에서 어떤 직무도 맡고 있지 않아 직접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않는 인물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명예회장은 변동이 없고 특수관계인이 매도한 것은 맞다”면서 “절대 높을 때 매도한 것이 아니며 당시 더 올라간다는 분석이 많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적인 재무 계획에 따라 매도를 한 부분이고 이런 측면에서 기업이다 보니 가족 또는 특수관계인 매도에 대해 간섭을 하지 않는다”며 “사업을 하고 있는 친인척들이 있어 사업 확장이나 투자금 마련을 위해 매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연구개발 투자·기부금에는 인색(?)
오너 일가의 이 같은 이색 재테크가 이뤄지는 동안 R&D 비용과 기부금에 인색했다는 평가다.
한샘은 지난해 가구업계 최초로 1조원을 돌파했다. 그런 가운데 연구개발에는 26억8100만원을 썼다. 매출 1조69억4500만원 대비 0.27%에 불과한 수준이다.
가구업계 선두기업의 위상을 생각했을 때 더욱 아쉬운 부분은 기부금에 인색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샘이 기부금으로 지출한 비용은 3910만원으로, 2012년 6596만원보다 줄었다.
매출은 28.6% 뛰었지만 기부금은 40.7% 줄어든 것. 지난 2009년에는 691만원만 기부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한샘의 경우 현금배당에 과감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연구개발비나 기부금에 인색한 부분이 조금 아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제조 비율 15%에 유통 비율 85%인 상황에서 R&D에는 조금 부족할 수 있다”며 “회사 생존이 위협 받고 있는 상황에서 1조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열심히 뛰었고 그러는 동안 고객 만족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또 “1조라는 목표를 달성하니 이제 주위를 둘러봐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연탄배달과 외 부모자녀 지원,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지원 등 사회공헌에 집중하기 시작했으니 지켜봐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부터 시행된 ‘자본시장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5억원 이상 받은 등기임원 개별 보수 공개에서 조 명예회장은 5억5120만원의 연봉을, 최양하 대표는 14억5120만원을 받았다. 직원 1인 평균 급여액도 4100여만원대로 평균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 급여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