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대한민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이른바 ‘관피아’가 자동차 업계를 대변하는 이익단체까지 점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자동차업체 5개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이나 부회장 자리를 20년간 산업자원부 고위층 출신 인사가 독차지 해온 사실에 기인한다. 이른바 ‘산피아(산업통산자원부+마피아)’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김용근 회장은 사업자원부 산업정책본부장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지난 2008년 퇴임한 후 한국산업기술재단 이사장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에 이어 작년 10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앞서 전임 권영수 회장도 산업부 국장 출신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후 2010년부터 협회 상근 부회장직을 맡아오다 2011년 회장으로 선임됐다. 산업자원부 무역진흥과장, 국무총리국무조정실 산업심의관권, 지경부 기술표준원 표준기술기반국장 등을 역임했다.
산피아는 1995년부터 협회 상근 회장직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 이전까지는 회원사 대표이사급 인사가 순차적으로 비상근 협회장직을 맡았으며 산업부 출신들은 상근 부회장직을 맡아 온 것이 관례였다.
그러던 중 외국인이 협회장을 맡을 수 없다는 새 규정으로 인해 한국지엠 사장의 협회장 취임이 막히게 된 계기로 산업부 출신 인사들이 상근 회장을 맡게 됐다.
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1988년 상공부 인가를 받아 설립됐으며 국내 5개 자동차업체(현대·기아·한국GM·쌍용·르노삼성) 회원사들이 매출액에 따라 예산을 나눠 부담하고 있다.
주로 정부를 상대로 회원사들의 권익을 옹호하거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자동차 연비를 포함해 환경과 안전 관련 정책 및 제도 개선 등 회원사들의 이익과 목소리를 반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를 반영하는데 있어 자동차 산업과 관련이 깊은 산자부 출신 인사들을 협회 요직에 앉혀 자동차 정책에 영향을 끼쳐온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안전이나 환경과 관련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업체들의 비용 부담도 늘었다”며 “이 같은 정책과 관련해 시기를 늦추거나 조율하는 일에 이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철강협회와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원,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석유화학협회, 민간발전협회, 엔지니어링협회도 산업부 관료 출신들이 요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