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파업위기에 직면한 호샤 한국지엠이 사장이 노조 측에 ‘차세대 크루즈 군산공장 생산’이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군산공장은 현재 60%수준까지 가동률이 떨어진 상태로, 전라북도와 군산시 등 지자체의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어 한국지엠 노사 문제를 떠나 모두를 위한 호재라는 인식이다.
하지만 차세대 크루즈의 생산물량과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노조 구성원들을 설득하기에 다소 미진한 카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제엠은 24일 열린 임금 및 단체협상 21차 교섭에서 차세대 크루즈를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내용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안에 이어 제시한 두 번째 카드다.
회사 측이 제시한 임단협 최종안에는 8월부터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과 수년 내 군산공장에서 차세대 크루즈를 생산하는 방안, 임금 4만2345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800만원 지급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 중에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은 어차피 대법원 결정사항이라 회사 측이 수용 불가피한 사안이다. 때문에 업계는 노조를 설득하는 카드로서의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한국지엠의 임단협을 지켜보는 이목이 가장 집중된 것은 역시 차세대 크루즈의 군산공장 생산 여부다.
美 GM본사는 지난 2012년 11월, 고비용 등의 이유를 들어 그동안 쉐보레 크루즈를 생산해 오던 군산공장에서 차세대 크루즈를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본사 발표 이후 한국지엠의 희망퇴직 신청과 맞물려 GM이 한국시장에서 점진적인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말 GM본사가 유럽의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럽 수출 물량이 줄어든 군산공장은 가동률이 60%대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호주發 인력감축 소식이 더해지면서 GM의 한국 생산라인 철수설은 더욱 증폭됐다.
한국지엠 노조가 트랙스 북미 수출(부평1공장 생산 중), 소형차 아베오 부분변경모델 부평공장 생산, 캡티바의 생산 연장 등 미래발전방안을 요구한 것은 이 같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을 바랬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때마침 회사는 차세대 크루즈의 군산공장 생산을 포함해 노조가 요구한 미래발전방안 등을 협상카드로 제시했다. 모두가 반겨야할 호재가 분명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호샤 사장과 경영진이 미국 본사를 오가며 수많은 미팅을 통해 군산공장에 신차 물량을 배정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그 여건을 만들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차세대 크루즈 생산 방안은 그렇게 얻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카드 뒷면에는 물음표가 붙어있었다. 바로 차세대 크루즈의 생산 시기와 물량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부분이다.
나아가 한국GM은 차세대 크루즈의 군산공장 배정을 포함한 한국GM의 생산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이번 임단협이 갈등 없이 마무리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신형 크루즈 생산라인은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 5개 공장에서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가동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군산공장 가동 시기와 물량은 지금 상황에서 거론하기 적절치 않다’는 것이 한국지엠 관계자의 전언이다.
물론 가동 여부는 결정 났지만 시기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 더 정확한 입장이다.
시기와 물량 비중을 언급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의 경영 기밀 사안이라기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수립되지 않아서”라고 덧붙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생산물량과 시기 등 중요한 내용이 빠진 상태에서 노조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통상임금과 관련한 회사의 제안은 당연한 조치인데 사측이 선정을 베푸는 모양새라고 지적하는 노조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초 GM의 고위 임원이 향후 5년간 8조원을 한국지엠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횟수로 2년이 지나도록 고용불안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좀처럼 나아진 기미가 없다는 점도 노조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GM이 약속을 이행하는데 3년 이상의 시간이 남아 있긴 하지만 회사 측에 대한 노조의 신뢰감이 어느 정도 축적됐는지 가늠할 수 있는 관점에서 이번 임단협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