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박근혜정부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삼성을 비롯한 이동통신사 재벌 앞에서 매번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계통신비 인하는 박근혜정부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지만 현 정부 들어 단말기유통개선법 분리공시, 통신요금 원가검증, 보조금 가이드라인, 알뜰폰 정책 등을 펼치고도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2011년 14만3000원에서 2년 만에 15만3000원으로 높아졌다.
13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는 통신비를 잡겠다던 정부 장담과 달리 오히려 높아진 통신비 부담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새정연/인천 계양을)은 정부가 제시한 여러 정책이 삼성과 이통사 재벌에 밀려 번번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가계통신비 인하 4戰4敗’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패배한 정부 정책 가운데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단통법 분리공시 좌절’이라고 밝혔다. 최근 핫-이슈가 된 단통법이 통신사의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취지였으나, 통신사들이 아예 보조금을 대폭 깎아버려 소비자의 원성이 높아진 것을 대놓고 질타한 것이다.
최 의원은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비밀병기’ 수준으로 단통법을 추진했지만 기재부와 산업부는 ‘영업비밀이 노출된다’는 삼성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오히려 삼성 입장을 대변하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의 공세 앞에 박근혜 정부가 자중지란에 빠져 역전패 당했으며, 분리공시가 빠진 채 단통법이 시행된 후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이 더 비싸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채찍을 휘두를 권한과 책임이 있는 미래부가 통신사의 ‘원가 부풀리기’를 눈감아 주고 ‘보조금 가이드라인 제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래부는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통신사들이 마케팅비, 투자보수율, 법인세 등을 부풀려 22조원 수준의 원가 부풀리기를 했음에도 그냥 내버려뒀다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제28조와 제49조에 의거 미래부는 통신사업자가 매년 제출하는 총괄원가의 내용을 검증하고 공급비용을 고려해 개별통신요금을 인가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가계통신비 인하에 필요한 권한과 책임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구)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3사 CEO들로 하여금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매출액의 20~22% 수준을 보조금으로 제한하는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합의케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이통사의 행보에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며 그냥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통사의 보조금 규제 실패는 고스란히 통신요금으로 전가됐다.
최 의원은 재벌계열사들의 알뜰폰 시장 장악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알뜰폰 시장은 저렴한 통신요금과 이동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이 터를 닦고 국민 혈세를 지원돼 400만명의 가입자를 돌파했다.
하지만 안정적이고 수익성이 좋은 후불폰 시장의 81%는 재벌계열사가 장악한 가운데,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선불폰 시장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 의원은 이 같은 현실에 대해 미래부가 이통사 자회사 진출을 허용하고 법적 근거도 없이 시장의 50%까지 장악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알뜰폰 시장마저 이동통신시장 5:3:2 구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최원식 의원은 “OECD 최고 수준의 가계 통신비를 인하하여 서민의 고충을 덜어주려면 지금이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통신요금 인가 과정 투명 공개, 이동통신시장 과점체제 고착화 개선, 보조금 규제 강화, 스마트폰 가격 인하 등을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