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제일모직 상장이 임박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 홀딩스 시나리오’다. 삼성전자 분할 후 홀딩스·제일모직 합병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업계에선 우선 삼성 지주회사 전환의 첫 단추가 제일모직 상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이 25.10%,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각각 8.37%, 이건희 회장이 3.72%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지분이 45.6%에 달하고 있는 셈이다.
제일모직의 경우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계열사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 또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제일모직을 상장하고 나면 다음 수순은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일모직 구주 매출로 삼성카드가 보유지분 전량(5.0%)을 처분하면 제일모직을 시발점으로 한 순환출자 고리 중 하나는 끊기게 되는데 그 다음에는 삼성전자를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자회사로 나누는 작업이 뒤따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삼성전자 사업부문의 가치로 볼 때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의 분할 비율은 2대 8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현재 183조원(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이 비율대로 나누면 홀딩스가 36조원, 사업자회사 가치는 147조원 정도가 된다. 제일모직은 현재 공모가로 추정하면 7조∼9조원, 상장 후 주가 상승을 고려하면 10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제일모직을 상장한 뒤 삼성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합병할 경우 합병비율을 1대 3 정도로 가정할 때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홀딩스 지분은 결국 7∼8%대가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이 0.6%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일모직 지분(25.10%, 공모 이후에는 23%대 예상)으로 전자홀딩스 지분을 확보할 경우 지주사 전환 이후에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훨씬 높아지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일련의 과정은 삼성전자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을 때 진행해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를 분할하고 나면 전자홀딩스가 신주를 발행해 주식 스와프(지분 교환) 절차를 추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특수관계인 및 그룹 계열사가 사업부문 주식을 현물로 출자해 삼성전자홀딩스의 지분을 늘리는 방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 방식은 오너 일가가 별도의 거대 재원을 들이지 않고도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높임으로써 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라면서 “그동안 지주회사로 전환한 상당수 기업이 이런 식의 지분 교환을 통해 지주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묘수를 찾았다”고 귀띔했다.
물론 변수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홀딩스와 제일모직을 합병해 삼성지주회사를 만들 때 발생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이슈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또 하나의 변수로 제시하고 있다.
주식회사가 합병·영업양도 등의 중대결정을 할 때 이에 반대하는 일반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사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식매수청구권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이사회 결의 시점 직전 2개월, 1개월, 1주일 가중산술평균의 합계를 삼분한 평균값으로 정한다”며 “가령 삼성전자 주가가 낮을 때 홀딩스와 사업자회사로 분할한 뒤 제일모직과 합병을 하고 이후에는 주가가 오르게 되면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작아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