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가전업계 라이벌인 삼성과 LG의 감정싸움이 최고에 달하고 있다. 감정싸움을 넘어 전면전이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제품 경쟁력을 두고 경쟁을 벌여온 삼성과 LG는 최근 세탁기 파손 사건과 OLED 기술 유출 사건이 격화되면서 한치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형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LG전자는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사건과 관련해 해당 장소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사건 초기 CCTV를 공개하지 않았던 것에 비춰보면 이날 공개는 조성진 사장이 불구속 기소된 것에 대한 여론 전면전 수순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LG전자가 공개한 CCTV 영상은 세탁기 파손 사건이 일어난 베를린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확보한 것이다. LG전자 측은 "독일 검찰에게 적법한 절차를 거쳐 해당 영상을 확보해 검찰에 제출했으며 고심 끝에 이를 (언론에)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조 사장이 전시된 삼성전자 세탁기에 총 3차례 접촉한 모습이 보인다. 이중 문제가 되는 2차 접촉에서 조 사장은 허리를 굽혀 상체의 몸무게를 실은 채 세탁기 도어를 눌러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사장은 이와 관련해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독일 가전제품 판매점에는 나와 함께 출장을 갔던 일행들은 물론 수많은 일반인들도 함께 있었고 바로 옆에서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며 "만일 제가 고의로 세탁기를 파손했다면 무엇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나와 일행들이 세탁기를 살펴본 이후 1시간 넘게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삼성전자 직원들은 아무런 제지나 항의를 하지 않았다"며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은 가전제품 판매점의 CCTV에 찍혀서 그대로 남아 있고, 이 사건을 수사한 독일 검찰은 이미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경쟁회사의 제품을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며 "지난 40년간 세탁기 개발에 힘써 온 제 개인의 명예는 물론 제가 속해있는 회사의 명예를 위해서 현장 CCTV를 분석한 동영상을 공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세탁기에는 아이가 올라타기도 하고 쇼핑몰 진행자도 세탁기마다 도어를 눌러본다"며 "도어를 짚고 세탁물을 뺄 수도 있기 때문에 도어를 누르는 것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기술엔지니어 출신인 조 사장의 입장에서는 몸에 밴 일상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세탁기 경첩이 파손됐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LG전자 측은 "문제가 된 세탁기의 경첩과 마찬가지로 새 제품의 경첩도 똑같이 흔들린다"며 "도어를 170도까지 열리게 하는 이중 경첩의 원래 특성 때문이었지 파손 때문에 흔들린 게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강화 플라스틱 소재인 세탁기 결합부가 가볍게 4회 밀어 닫았다고 파손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 측이 고의로 흠집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LG전자의 이같은 동영상 공개는 회사의 명예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삼성과의 전면전 성격이 담겨 있다. 사실 관계가 자칫 잘못 비춰지면 회사의 신뢰도는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간 수 년째 벌이고 있는 OLED 기술 유출 공방도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13일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영익)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사 대표와 삼성디스플레이 상무 등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앞서 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삼성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건에 대해 지난 6일 수원지방법원은 기소된 삼성디스플레이 전 연구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LG디스플레이 임원과 협력업체 직원 등 3명에게 벌금형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 LG디스플레이 측은 "삼성은 경쟁사를 상대로 한 기술유출 수사 의뢰, 경쟁사 기술 불법 취득, 특허 소송 등 기업의 사업 외적인 수단을 통해 경쟁사 흠집내기에 힘을 쏟는 행태를 중지하고 선의의 경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도 "근거 없는 주장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해당 업체를 모함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맞불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