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삼성그룹과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 돌입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지니먼트가 삼성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보유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주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을 각각 1%씩 매집했다. 지난 3일 종가기준으로 삼성SDI는 773억원, 삼성화재는 1380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엘리엇의 이같은 행보는 일단은 삼성물산과의 분쟁을 염두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SDI와 삼성화재는 각각 삼성물산 지분 7.18%와 4.65%를 보유한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이번 지분 확보를 통해 회계장부 열람권을 가지게 됐다. 상법상 지분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다. 이사(위법행위 유지청구소송)와 회사(주주대표 소송)를 상대로 법적 대응도 가능해진다. 오는 17일 삼성물산의 합병안을 승인할 임시 주주총회와 관련해 엘리엇이 삼성SDI와 삼성화재를 상대로 마음먹기에 따라 법적인 액션을 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엘리엇의 이번 삼성 계열사 지분 매입은 향후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과의 법적분쟁에서 국내 법원이 엘리엇의 주장을 기각하면서 엘리엇은 삼성과의 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을 사들였다는 것은 그만큼 공격 대상을 넓혀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도 이들 두 회사 찬성을 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엘리엇이 지분을 취득했다는 것은 법적 대응의 대상을 넓히는 것과 동시에 회계장부를 열람하고 이를 여론전에 활용할 속내도 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