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증권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 은폐 의혹 사태의 불똥이 업계로 튈지 몰라서다. 이 회사가 발행한 전체 회사채 1조8500억원어치 가운데 22.7%를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힌다.
22일 금융투자업계와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증권사들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는 4197억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가 보유한 회사채 가운데 977억원어치는 3개월 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별로는 하나대투증권이 85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815억원) ▲신영증권(600억원) ▲KDB대우증권(553억원) ▲유진투자증권(500억원) ▲유안타증권(227억원) ▲동부증권(225억원) ▲교보증권(200억원) ▲NH투자증권(100억원) ▲IBK투자증권(100억원) ▲LIG투자증권(27억원) 등의 순이다.
손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총 회사채 발행 잔액은 1조8500억원으로 이중 5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며 “7월 만기 도래분 2000억원은 상환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국내 증권사들이 뜻밖의 복병을 만난 셈이라는 점이다. 현재 이들 증권사는 올해 주식 거래량 급증에 따른 수수료 수입 증가 등에 힘입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양호한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는 ‘시한폭탄’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삼성증권은 2분기에 960억원, 1285억원, 1112억원, 115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잠정 실적을 발표한 대우증권은 2분기에 153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향후 회사채를 제때 상환하는 부도 사태가 나면 증권사들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증권가 일각에선 다소 희망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증권사들이 최종적으로 큰 규모의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관측이 아직은 우세하다.
그 배경에는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최대 여신을 제공한 수출입은행이 책임을 지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사태 해결의 가닥이 잡히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의 채권 신용등급도 ‘A’에서 ‘A-’ 사이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자리를 잡고 있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증권사별 보유액 가운데 일부는 증권사 소유가 아닌 고객 자산이라는 점이 꼽힌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가장 많이 가진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850억원어치 가운데 500억원어치만 자체 보유 채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이 오는 23일 만기 도래하는 20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하는지를 보고난 후에 증권업계의 구체적인 손실 가능성을 저울질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 기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