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재계 전반에도 구조조정 광풍이 불고 있다. 산업계의 이른바 ‘굴뚝’ 제조업종에선 사업 구조조정과 함께 인력 구조조정도 한창이다. 이에 따라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온다. 사측과 노조의 마찰이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재계 서열 1위의 삼성그룹 역시 구조조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 전반적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치면서 크고 작은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유독 삼성의 구조조정은 찻잔 속 태풍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확실한 명분과 대안을 가지고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계 구조조정은 최근 그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글로벌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출구도형 제조업 구조적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자업종은 물론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원 대부분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불필요한 사업을 쪼개고 합치고 매각하는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노사관계도 좋지 못하다. 일부 업종에선 노조의 파업 경고가 잇따르고 있을 정도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계도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문제해결에 팔을 걷고 있는 모습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나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직접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정도다.
이런 현상은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성장 한계를 직감하고 수년전부터 그룹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내부 사업간 합치고 쪼개는 사업 구조조정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제는 인력 구조조정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단적으로 삼성중공업은 지난 16일부터 희망퇴직 대상자 선정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개별적 권고사직은 없다는 게 삼성중공업의 설명이지만 희망퇴직은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5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임원 30여명이 옷을 벗었고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 실시도 기정사실화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삼성의 이 같은 구조조정은 큰 잡음이 없다. 삼성이 방산업과 석유화학업종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삼성테크윈(한화테크윈)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지만 이도 원만히 해결됐다.
재계에선 삼성의 구조조정이 찻잔 속 태풍에 멈출 수 있는 배경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직원들은 물론 주주까지도 고려한 확실한 명분과 대안을 가지고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위기가 극에 달하기 이전에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구조조정 대상을 최소화하고 구조조정의 명분과 이에 따른 대상자 관리까지도 철저하게 하면서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통해 경영진단 등 구조조정을 상시화해 부담을 줄이는 전략이 주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