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롯데 오너일가 간 경영분쟁 2라운드가 시작된 것과 동시에 그룹 핵심사업인 면세점 특허권 재선정 레이스도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일본 기업이라는 좋지 않은 여론이 더해져 면세점 사업의 특혜시비까지 불거지는 형국인데다 아버지, 형과의 집안싸움까지 소송전으로 비화되며 격화될 조짐이어서 고단함은 배가되는 형국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이날 인천공항물류센터로 한달음에 달려가 롯데면세점을 2020년까지 전세계 면세점 1위 사업자로 키워내겠다는 강력한 포부를 천명했다. 이른바 비전 2020으로 향후 5년간 15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담은 '상생 2020'도 함께 제시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인천 중구 운서동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자유무역지역에서 열린 비전발표에서 "롯데면세점은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해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롯데면세점은 세계 3위의 면세사업자로 성장했다"며 "한국 관광산업 발전과 면세산업 활성화라는 목표를 향해 35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면세점으로서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상생 2020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 취약계획 자립 지원, 관광 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 네 가지 핵심 추진 과제에 5년간 1500억원의 상생기금을 쓰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신동빈 회장의 비전 발표는 상당히 강한 어조로 발표됐다. 잘하는 사업자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더 큰 면세사업자가 되고 결국 이것이 국가의 관광산업에도 상당한 시너지가 될 것이란 시그널을 어필한 셈이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비전을 들고 나왔고, 어느때보다 강한 비전을 내놨다는 점에서 그만큼 신동빈 회장이 느끼는 위기감을 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안팎으로 롯데그룹은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집안단속도 못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친필사인까지 받아 본격적인 소송에 나선 상태. 신동빈 회장에게는 상당기간 경영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사안이다.
정치권에서 최근 열린 국회 국정감사 기간 중 가장 많은 의문을 제기했던 롯데의 면세사업 특혜 시비도 여전하다. 여론까지 롯데가 일본기업이냐, 한국이냐라는 원론적인 색깔을 입히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어 사업 전반에도 부담이 크다. 일각에서는 롯데의 소공동, 잠실 등 두 곳의 면세점 중 하나는 다른 업체로 넘어가지 않겠냐는 입방아를 찢고 있다.
다만,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소송 제기와 관련해서는 표면적으로 상당히 의연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면세점 비전발표에서도 신동빈 회장은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여러분께 약속드린 경영투명성 제고와 기업구조 개선을 통해 롯데를 국민 여러분께 사랑 받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최근 불거진 여러 일들은 이런 롯데의 노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부정적 영향을 끼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동빈 회장은 그러면서 "저는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집중하겠다"며 "앞으로도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