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정유업계를 이끄는 SK이노베이션•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GS칼텍스 등 ‘빅4’ 중 어느 기업이 장사를 잘했을까.
2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3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2분기 나란히 ‘역대급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SK이노베이션와 현대오일뱅크는 ‘웃고’ 에쓰오일과 GS칼텍스는 ‘울상’을 짓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유가 하락, 정제마진 감소 등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본업인 석유사업 부문의 대규모 흑자에 힘입어 ‘깜짝 실적’을 냈다. 3분기 석유사업에서 106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석유사업의 3분기 연속 흑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1년 이후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은 두바이유가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1달러 이상 높게 가격이 형성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자 중동산 도입 물량을 줄이고 아프리카와 유럽, 남미 지역의 원유 도입을 확대했다. 또 3분기 정제마진이 급락하자 원유수입 물량을 줄이고 대신 고도화설비에 투입하는 저렴한 중질유 도입을 긴급 결정했다.
당초 시장에선 7월 이후 유가 하락으로 재고손실이 예상된 데다 계절적 비수기 등의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여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도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말 유가급락으로 큰 손실을 본 시기를 반면교사 삼아 올해부터는 매주 각 사업회사 담당 임원들이 모여 정례 ‘시장변수 검토회의’를 가동하고 있다”면서 “여기서 시황정보를 바로 공유하고 최대한 의사결정을 빨리하면서 3분기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현대오일뱅크 역시 흑자가 유력시되고 있다. 3분기 석유사업에서만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도화설비 비율이 높고 중질유 도입을 서둘러 석유사업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S-OIL)은 정유부문에서 171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GS칼텍스 역시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업계에선 회계기준의 차이를 꼽고 있다.
실제 에쓰오일이 사용하는 선입선출 FIFO(First In First Out) 방식은 유가 하락기에 재고손실이 더 많이 반영되는 구조다. 이와 대조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총평균법을 사용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손실에 대한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높게 형성된 원유가격과 고도화설비 가동 여부다. 이 기업은 3분기에 고도화설비 정기 보수를 진행한 탓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중동산 원유를 100% 사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똑같이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석유제품을 파는 이들 정유사 간 실적 격차가 벌어진 것은 크게 회계기준의 차이와 함께 원유 도입 다변화 및 고도화설비 가동 여부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3분기 국제유가 하락 시 다른 유종에 비해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덜 떨어지면서 두바이유의 원유판매가격(OSP)이 타 지역 원유보다 높게 형성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고도화설비 가동 여부도 희비를 엇갈리게 한 요인 중 하나”라면서 “일반 정제설비는 원유 투입 시 경유나 휘발유, 납사 등 고부가 석유제품을 절반, 가격이 싼 중질유 제품을 나머지 절반 가량 생산하는데 이중 저급의 중질유 제품을 다시 투입해 한 번 더 정제한 뒤 휘발유와 경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고도화설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