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재계가 삼성식 자발적 구조조정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 주도나, 코너에 몰릴대로 몰려 채권단 주도로 이루어지던 대기업 사업 구조조정에 대해 삼성은 보란듯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선제적 재편작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에 맞춰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성사시키고 있는 삼성의 사업 구조조정 행보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롯데그룹과 석유화학 사업의 빅딜을 성사시켰다. 롯데는 삼성SDI의 케미칼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정밀화학 자회사인 삼성BP화학을 3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빅딜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최대 규모 거래로 기록됐다. 무엇보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창사 이래 최대 M&A(인수합병)로 기록됐다.
삼성은 앞서 한화그룹과의 빅딜을 통해 방산 및 일부 석유화학 계열사를 매각한 바 있다. 이번 롯데와의 빅딜을 통해 석유화학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전자와 금융 등 주력 계열사의 역량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사실 삼성의 이같은 구조조정은 그룹 전체적으로 한계에 직면한 각종 사업들에 대해 우려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생각지 못한 사업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줬지만 그외의 제조역량들은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해왔다. 이대로 10년, 20년의 시간이 흐르면 현재의 글로벌 삼성은 부진한 계열사들이 발목을 잡아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이번 거래에서 보여주듯, 삼성은 '잘될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과감히 사업을 떼어내는 선제적인 움직임에 나선 셈. 그동안 정부와 채권단이 주도해 산업계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임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의 대기업 구조조정은 부실이 드러나고 더이상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놓여서서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진행돼 왔던 게 사실"이라며 "삼성식 자발적 구조조정은 현재 위기는 극복 가능하지만 잘되는 사업에 더 집중하려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선택으로 이전 사례들과는 그 시작부터 다르다"고 평가했다.
최근들어 조선과 해운, 철강 등 다양한 수출주도형 제조업 전반에 걸쳐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을 커지고 있다. 일부 업종에서는 부실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국가 경제를 흔들 정도의 핵폭탄급 부실로 드러나기도 하고 있다. 산업계 전반적으로 부실 위험이 커진데는 이해당사자인 해당 기업들이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지 못한 것도 한 몫한다.
재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삼성의 구조조정은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의 성공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앞으로 재계 주요기업들의 선제적 사업 구조조정은 광풍 수준의 바람을 몰고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