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법정에 출석해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해 진술한다. 이날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심판청구의 첫 심리가 진행된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정신적 제약으로 일 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대신해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해 법률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이 이루어지면 그가 정상적인 경영적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인정되는 것으로 롯데가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분쟁 명분은 힘을 잃게 되고, 반대라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명분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날 당장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재판의 결과에 따라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 측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법원 출석을 위해 오후 서울가정법원으로 떠났다. 이날 심리는 오후 4시부터 시작된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변호사의 설명을 듣고 신 총괄회장이 직접 법정에 출석하기로 결정했다"며 "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해 재판부에 의견을 밝히려는 의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심판을 청구한 것은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다. 지난해 12월 신정숙씨가 성년후견인 지정 심판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신정숙씨는 이번 성년후견인 지정 심판청구에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자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후견인 대상으로 지목했다. 신동빈 회장은 성년후견인 지정에 찬성하는 입장이고 신동주 전 부회장은 반대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문제가 주목받는 것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간 경영권 분쟁 사태에서 신 총괄회장의 판단능력은 중요한 명분 싸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신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구성원을 '손가락' 해임시키고, 이에 다음날 신동빈 회장이 신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을 다시 해임시키며 이번 분쟁이 격화됐다.
이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의 뜻"이라는 큰 틀에서 아버지의 명예회복과 롯데가 후계자가 자신이라는 것은 명분으로 내세웠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은 이에 맞서 "고령의 신 총괄회장은 정상적인 판단이 어렵다"며 반발해 왔다.
이에 따라 이번 성년후견인 지정 심판에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는 명분싸움이 곧 롯데의 경영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중요한 현안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신동빈 회장이 이사회 등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성년후견인 지정이 안되더라도 당장 롯데의 경영권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의 공세가 더욱 거세져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