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경영2선’으로 물러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내주 예정되어 있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 재선임 안건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는 까닭이다.
이 같은 얘기가 회자되면서 재계 일각에선 각가지 분석을 내놓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신 총괄회장이 가지고 있는 등기이사직 임기는 남아 있다. 예컨대 그가 가지고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 임기 중 올해 해당하는 곳은 호텔롯데(3월 28일)과 부산롯데호테(11월) 등이다.
이외 다른 계열사의 임기는 내년이다. 롯데쇼핑은 2017년 3월 20일이고 롯데건설은 같은 해 3월 26일이다. 또 자이언트와 롯데알미늄은 각각 2017년 5월과 2017년 8월 10일이다.
사실 지난 2011년 2월 차남 신동빈 회장을 한국 롯데그룹 회장에 임명하면서 사실상 경영 2선으로 물러난 신 총괄회장이었지만 롯데제과·호텔롯데·롯데쇼핑·부산롯데호텔·자이언츠구단 등 한국 주요 계열사와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직을 유지해왔다.
게다가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한·일 롯데를 모두 장악한 이후에도 아버지 그의 이사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롯데 창립이 시작된 지난 1973년 이후 줄곧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던 신 총괄회장이 ‘경영2선’으로 물러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22일 재계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롯데제과는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끝나는 신 총괄회장의 재선임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임기가 이달 28일까지인 호텔롯데에서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호텔롯데 이사회가 열렸는데 현재 대표이사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 건은 다음 주로 예정된 호텔롯데의 주총 안건에서 빠진 것으로 안다는 게 롯데 관계자의 전언이다.
만일 재선임 자체가 주총에서 의결되지 않으면 대표이사직에서 빠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럴 경우 신 총괄회장은 호텔롯데 창립 이래 43년만에 대표이사에서 내려오는 셈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총괄회장이 고령이고 현재 성년후견인 신청까지 제기된 마당에 회사 이사로서 정상적 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임기 만료 이후 재선임을 추진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선 롯데의 이 같은 분위기에 롯데호텔,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계열사별 임기가 끝나는 대로 신격호 총괄회장은 차례차례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대리인) 지정이 논의되면서 그의 주식회사 이사직을 그대로 두는데 롯데그룹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에 기인하고 있다.
또 다른 재계 일각에선 롯데가 서류와 조직도에서 신 총괄회장을 완전히 배제하는 수순을 밟는 것으로 해석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미 차남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7월 롯데의 ‘원 리더(One leader)’로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한데다 그의 정신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다는 게 이유로 꼽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창업주가 경영2선으로 물러나는 것에 대해선 왈가불가할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신 총괄회장이) 자의적 퇴진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