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는 요동을 쳤다.
그러면 증권사들은 향후 국내 증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0일 현대증권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에 따른 충격으로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188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나중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보호무역 강화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의 피해, 방위비 분담금 상향 우려, 미국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 등으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 국면은 불가피하다”며 “연말까지의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를 1880~2050선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나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일시적 충격으로 국내 증시는 올해 최저 주가순자산비율(PBR)인 0.96배까지 떨어질 수 있는데 이는 코스피 1880선 수준”이라면서 “다만 트럼프 당선자의 인수 작업 및 정치적 행보에 따라 증시가 안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선거 국면의 캠페인과 현실적인 정부 운용에 필요한 정책 간에는 큰 차이가 있는 점, 공화당 수뇌부와의 적극적인 교감이 불가피한 점, 트럼프 역시 기업인으로서 친기업적 행보를 보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IBK투자증권은 10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한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봐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취임식 이전에 트럼프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시기인데 과거 사례와 트럼프의 약한 정치적 기반을 감안하면 정책 구체화 시기는 약 8주 혹은 그 이상에 가까울 것”이라며 “이는 곧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의 당선이 미국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을 다시 자극할 것”이라면서 “트럼프와 공화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저금리 정책을 비판해 왔고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및 인프라 확대 공약이 미국의 물가 및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란 예상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대선 이후에도 11월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와 12월 FOMC 및 국내 정치적 리스크 관련한 불확실성 등이 산재해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급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가 아닌 또 다른 불확실성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SK증권은 IT 제품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라 우려가 큰 품목은 스마트폰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보호무역주의 강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는데 이에 따라 국내 IT 세트 제조사의 대미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며 “미국의 IT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제품은 스마트폰”이라고 지목했다.
박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26%, LG전자 13% 등 한국 업체의 점유율이 39%로 애플(37%)을 상회한다”면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한국 제조사의 스마트폰 사업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다만 TV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며 “미국 TV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경쟁사는 일본이나 중화권 업체들이어서 관세가 인상되더라도 점유율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인데 단 수익성이 하락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NH투자증권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을 반영해 연말까지 코스피 변동폭을 1900∼2050선으로 제시했다.
강현철 투자전략 이사는 “미국 대선 결과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불확실성의 부각이고 코스피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위험을 반영하고도 급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멕시코, 아시아 신흥국의 충격이 예상되는데 또 당선인이 내세운 공약을 지키는 데 필요한 자금 마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이사는 “당선인 측은 감세정책 추진으로 발생하는 세수 부족분을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추진, 해외 방위비 분담 등으로 충당하기로 했다”면서 “트럼프가 언급한 한국, 중국, 독일, 일본, 멕시코 등 5개국의 미국 교역 비중이 43%에 달해 통상마찰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통화정책에선 저금리 기조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발언을 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신재생보다 석유와 가스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점에서 기존 에너지정책이 근본적으로 수정될 소지가 있다”며 “원화는 단기 약세를 보이겠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이 강화되면 교역량 감소, 신흥국 통화에 대한 절상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금융시장의 우려는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다며 코스피 1900선 이상에서 지지선이 구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10일 ‘미 대선 결과와 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전형적인 안전자산 선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중장기로 보면 반대되는 결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중기적으로는 트럼프의 친시장 정책 등으로 글로벌 주식시장 강세가 지속될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 위험자산 가격에는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조기 사임 등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미국 기업들은 향후 감세 등 정책 지원에 의한 실적 호전이 예상되고 단기적으로 미국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국내 주식을 저가 매수하는 투자 전략을 권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같은 국내 증시 흐름 속에서 주목할 종목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나 연구원은 개별 종목 중 금·은 등 안전자산 성격의 귀금속주(고려아연[010130], 풍산[103140]), 미국 자동차업계 지원 강화 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S&T모티브[064960]), 방산주(한국항공우주, 현대로템[064350]), 전통적인 공화당 수혜주(에너지, 소재, 필수소비재)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세철·고정우·최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돼 국내 반도체 산업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반도체의 경우 트럼프 당선에 따른 아이폰7의 중국 판매 둔화가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지만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자국 내 판매 비중 확대와 반도체 탑재량 증가로 반도체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연구원은 “공급 측면에서도 트럼프 당선으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진입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 보호무역주의로 중국 반도체업체의 미국 반도체 기업 인수나 기술 협력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