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진그룹은 이와 관련 “주식 매수 후 팔지 않았으며 이득 본 것도 없다”며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하지만 법정관리의 늪에 빠졌던 ‘세일즈맨 신화’의 주인공 윤 회장의 그룹 재건 의지가 발목을 잡히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은 지난 11월 8일 채널A가 ‘[단독]웅진 두 아들, 실적 대박 발표 직전 주식 매수’란 제하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윤 회장의 두 아들이 그룹 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얻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월 1일 웅진그룹은 “지난 해 4분기 영업이익이 126억원에 달한다”고 실적을 공개 했는데 보름 전인 1월 중순, 윤 회장의 두 아들은 웅진씽크빅 주식을 각각 18만여주씩 사들였다.
채널A는 주식 매수 당시 1만1000원 선이던 주가가 실적 공개 이후 최대 1만6000원 선까지 뛰며 최대 20억원의 부당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라며 웅진그룹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정상적인 거래였을 뿐 주식을 팔지 않아 이득본 것도 없다”고 반박해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 한달이 지난 현재 웅진그룹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본지>가 확인한 결과 일단 여론은 웅진가에 대해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재기에 성공하며 그룹 재건을 추진하고 있는 윤 회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실 백과사전 외판원에서 재계 30위권 대기업 회장으로 우뚝서며 ‘샐러리맨의 신화’를 만들어 냈던 윤 회장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고 출판과 교육업에 집중하면서 오뚜기처럼 일어섰다. 지난 2012년 극동건설 인수 등 무리한 확장으로 1조원이 넘는 빚을 떠안고 기업 회생 절차를 밟는 위기도 겪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이들 두 아들의 수상한 행보가 그의 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자체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업계 또 다른 일각에선 ‘상습적’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 2012년 주식을 법정관리 신청 직전 처분해 불공정거래 의혹을 받은 것에 따른 것이다. 당시 웅진 일가는 극동건설 부도로 인한 주가 피해에 대해 미리 예견한 총수 일가가 주식 매도를 통해 자신들의 피해를 줄이려고 했던 것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실제 윤 회장의 부인인 김향숙씨는 2012년 법정관리 신청 직전 이틀에 걸쳐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81주를 전량 매각했고 윤 회장 친척인 윤석희씨도 5회에 걸쳐 웅진코웨이 2890주를 팔은 바 있다.
한편 웅진그룹의 입장은 채널A 보도 때나 지금이나 다른 바가 없다. 윤씨 두 형제가 사들인 주식들은 되팔지 않아 현금화 하지 않았으며 직접적으로 이득을 본 것은 없고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매수한 것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시선을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기업 오너들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주가관리 외에 M&A 가능성과 소액주주운동, 기관 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에 맞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자 일종의 예방접종인데 웅진 측은 ‘지분 30%’를 내세우며 다소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웅진씽크빅 관계자는 “최사 차원에서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합이 30%를 넘겨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웅진씽크빅에서 주장하는 지분 30%를 살짝 웃도는 30.01%가 된다. 최대주주인 ㈜웅진이 842만2729주로 24.33%를 보유하고 있고 윤형덕, 윤새봄 형제가 각각 98만2639주로 2.84%씩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전력이 있음에도 실적 발표 보름 전에 주식을 매수할 필요가 있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주식을 팔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오너일가가 지분을 사들이는 게 문제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면서 “오히려 오너일가가 책임을 늘리는 모양새로, 주주들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