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보험업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자본을 확충을 위해서다. 그러면서 세간의 관심은 그 이유와 규모에 쏠리는 분위기다.
26일 생명·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와 손보사의 자본확충 규모는 1조4094억원에 달한다. 이들 보험사 중 대부분 올해 자본 확충을 완료한 상태다. 다만 일부 보험사는 연말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대목은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을 위한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는 2017년에는 더 큰 규모의 자본 확충 잇따를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견하고 있어서다.
실제 내년 보험업계의 자본 확충은 올해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례로 생보업계 자산규모 2위인 한화생명은 내년 1분기 중에 5000억원에 달하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흥국생명도 내년 1천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 중에 있다.
농협생명도 내년 초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데 예상 규모는 약 3000억원에 달한다. 기에 교보생명이 적절한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정돼 있는 자본확충 규모만 이미 1조원 가까이 되는 셈이다.
현재 보험사들이 내걸고는 있는 자본 확충의 이유는 마케팅 투자와 운영자금 등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금리인상이 본격화되고 새 국제회계기준의 도입 시기가 2021년으로 결정되는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예컨대 보험사들은 지급여력비율(RBC)을 관리하기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새 국제회계기준과 그에 따른 새로운 RBC 제도에선 부채도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를 중심으로 부채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는데 기인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2월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향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 상승 압력에 대비하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한다. 금리가 급등하면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빠르게 악화돼 자본확충이 필요하고 일부 보험사는 자본 확충 여력이 부족해 부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힌다.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방법이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행태에 대해 신종자본증권은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정돼 자본 확충과 지급여력비율(RBC)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수단이고 후순위채 역시 자기자본의 50%에 해당하는 액수까지는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올해 생보업계의 경우 지난 8월 처브라이프생명(옛 에이스생명)이 230억원을 유상증자했다. 또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이달 20일 대주주인 교보생명에서 15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알리안츠생명은 안방보험으로의 매각을 앞두고 독일 알리안츠그룹으로부터 11월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다. 당시 알리안츠생명 이사회가 결의한 유상증자 규모는 1870억원이기 때문에 향후 추가 유상증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도 상당함 자본 확충이 진행했다. 실제 지난 2월 악사손해보험이 326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5월에는 메리츠화재가 메리츠금융지주로부터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았고 6월에는 MG손해보험이 718억원의 유상증자를 했다.
뿐만 아니다. 7월에는 한화손보(후순위채 1280억원 발행)·더케이손보(유상증자 140억원) 등이 연달아 자본확충에 나섰고 9월에는 농협손보가 1000억원, 흥국화재가 200억원의 후순위채를 각각 발행했다. 이어 11월 롯데손보가 후순위채 400억원·신종자본증권 800억원을 발행하기도 했다.
아직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곳도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대주주인 중국 안방그룹으로부터 연내에 625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안방그룹의 유상증자는 금융위 승인이 필요한 사안이라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는 게 동양생명의 설명이다. 또 흥국화재는 연내 9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인데 다만 시기는 내년으로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