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박봉원 한국성심리교육센터 고문강사]지금은 맛집으로 유명해져서 전국에서 손님이 몰려든다는 돈가스전문점 ‘연돈’뿐 아니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오는 식당들은 대부분이 한가하다는 즉, 장사가 안 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중에는 식당주인이 생계를 걱정할 만큼 시청자들이 식당의 미래를 걱정할 만큼 한가한 식당들도 있다. 심지어 ‘저 정도라면 차라리 문을 닫고 주인이 다른 직업을 찾아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되는 식당들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장사가 안 되는 식당에 대하여 우리들은 흔히 먼저 그곳에서 파는 음식의 맛부터 의심한다. 즉 음식이 맛없으니 장사가 안 될 것이라고 가장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기 바라는 반면 맛없는 음식은 먹기 싫어하는 까닭이다. 더구나 맛집을 찾아서 전국을 다니는 사람들도 있으니 다른 어떤 것보다 음식의 맛부터 의심하는 것은 아주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 음식의 맛은 식당의 기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된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백종원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그는 어느 식당에든지 처음 가면 자리에 혼자 앉아 가장 먼저 식당주인이 추천하는 그 식당의 대표적인 음식들을 하나하나 맛본다.
때로는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맛을 알겠다는 듯 아주 찔끔 맛보기도 하고 때로는 몹시 배가 고픈 듯 허겁지겁 먹기도 한다. 하지만 그중에는 “이 음식은 내가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등으로 백종원이 아주 극찬하는 음식을 만드는 식당들도 있었다.
바꿔 말하면 시청자들이 ‘저렇게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왜 장사가 안 될까?’ 갸우뚱하게 만드는 또 맛이 그저 그렇고 그런 음식을 파는 식당들도 있었다. 그리고 식당주인뿐만 아니라 구경하는 시청자들조차 몹시 민망할 만큼 백종원이 엄청난 혹평을 하는 음식들도 있었다.
‘자신의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한테 저렇게까지 잔인하게 말해도 될까? 그냥 음식 잘 만드는 방법만 가르쳐주면 되지, 왜 저렇게 감독관이라도 된 듯 난리를 치지? 혹시 식당주인에게 원한이라도 있나?’
그의 혹평을 듣다보면 엉터리 음식을 만들어 파는 식당주인이 늑대에게 잡힌 한 마리 새끼 양처럼 거꾸로 불쌍하게 생각될 때도 종종 있었는데 이렇게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는 음식은 맛있는데도 장사가 안 되는 식당들도 있었으며 예상대로 음식이 맛없어서 장사가 안 되는 식당들도 있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이 처음 가는 식당의 음식을 맛보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도대체 얼마나 맛없는 음식을 팔기에 그토록 장사가 안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또 음식의 어떤 점이 부족하기에 장사가 안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도 이것저것 맛볼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더하거나 빼야 잘 팔리는 음식이 될 수 있을지 분석하려고 맛보는 까닭도 있을 것인데 그는 식당에 도움을 주러 갔으니 여느 사람들보다 꼼꼼하게 음식을 맛보는 것은 매우 당연할 것이다.
그런데 종종 “이런 음식은 절대로 팔면 안 된다!” 호통 치는 것을 보면 백종원은 식당주인에게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으로서 꼭 가져야할 기본적인 마음자세를 가르쳐주려고 그렇게 하는 까닭도 있는 듯하다.
혹은 음식을 맛보면서 식당주인의 됨됨이 즉, 식당주인이 손님들이 사먹을 만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양심적인 사람인지 알아보려는 까닭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백종원이 이 음식, 저 음식 맛보는 까닭은 식당주인이 음식을 만들어 파는 사람으로서 자기역할을 얼마나 열심을 하는지 알아보겠다는 뜻도 섞여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장사가 안 되는 식당의 음식을 맛보는 단순한 행위 같은데 하나하나 따져보니까 막상 백종원의 음식 맛보기에는 왜 이렇게 여러 가지 뜻이 담겨있는지.
뿐만 아니라 백종원은 식당주인이 현재 얼마나 열심히 세상살이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꼼꼼하게 음식을 맛보는 것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맛있는 음식은 식당주인이 열심히 세상살이를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반면 맛없는 음식은 식당주인이 그만큼 대충대충 적당히 세상살이를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 말이다.
맛없는 음식은 식당주인이 심지어 사기꾼처럼 아무렇게나 마구 세상살이를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백종원은 단지 음식이 갖고 있는 문제점뿐 아니라 식당주인이 갖고 있는 문제점부터 샅샅이 찾아내려고 이것저것 음식을 맛본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복잡한 의도까지는 없이 그는 그저 새로운 식당에 갈 때마다 몸에 밴 같은 행위를 반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음식 맛보기에는 이런 여러 가지 깊은 뜻이 한꺼번에 모두 담겨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밖에도 뒤져보면 그의 반복된 행동에는 더 많은 이런저런 깊은 뜻이 담겨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