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코로나19 못다 한 이야기들⑪]예술강사 가보경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예술강사 가보경

 

[KJtimes]필자는 올해 2월에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 소묘 예술강사로 활동 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느 날과 같이 초등학생인 두 아이들에게 알 아서 밥도 잘 챙겨 먹고 학교에 잘 다녀와라라고 이야기하고 수업을 하기 위해 바삐 지하철을 탔다.


출근하느라 바쁜 와중에 학교 ‘e 알리미에서 계속 메시지 음이 울렸다. 1교시 수업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알람을 미처 확인할 수 없었다. 820분경 학교에 와서 수업준비를 하며 핸드폰을 살펴볼 수 있었다.


‘e알리미뿐 아니라 학교에서 초등학교 반 엄마들의 모임인 반톡에도 메시지가 엄청 와 있었다. 아침부터 무슨 일일까 궁금하여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우리 아파트 바로 인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서 단지 일대 초등학교는 아이들 등교를 일체 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20202월 초만 해도 우리나라에 코로나 확진자가 한두 명씩 늘고 있지만 한 동네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기면 인근학교는 등교 금지령이 내려지고 2주 휴교령까지 떨어지는 때였다.


서둘러 아이들이 학교 가기 전에 연락을 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마침 아이들은 막 학교를 가려고 가방을 메고 문간을 나오려던 찰나였다.


얘들아, 오늘 학교 가지 마. 옆 동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떠서 학교 문 닫는대.”


황급히 아이들에게 등교하지 말라고 일러두었고 엄마가 올 때까지 집에서 절대 나가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아이들만 있는지라 걱정되는 마음을 억제하면서 1교시 수업을 하러 들어갔다.


아뿔싸! 오후에는 학원에서도 연락이 왔다. 코로나 발생지역 아이들은 당분간 등원 금지라고 황급히 연락이 와서 갈 수가 없었다. 그때가 26일이었고 우리 아이들은 5월달에 들어섰는데도 지금까지 학교도 학원도 가지 못하고 있다.


2월 중순이 지나고부터는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늘기 시작했다. 또한 우리 아파트 바로 옆 동에서도 확진 자가 나오자 상황은 점점 무섭게 변해가다 보니 두려움까지 엄습하였다.


동네에서 놀이터의 아이들은 그림자도 찾아보기 어려웠고 우리 또한 자가 격리 수준으로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여기저기 애들이 갈만한 곳들은 폐쇄되고 심지어 학교는 봄 방학식도 못하고 개학이 미뤄지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게다가 대구에서 신천지 사태가 터지면서 눈을 뜨면 코로나 확진자 수를 확인하며 하루 일상을 시작하다 보니 코로나에 대한 공포는 애들은 물론 엄마들 사이에서 어마무시하게 퍼져나갔다.



필자도 앞일이 걱정이 되어 알코올을 사기 시작하고,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아침마다 인터넷 클릭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혹여 우리 가족들이 코로나에 걸리면 안되니 삼시 세끼 영양이 부족하지 않게 식단을 짜느라 바빴고 혹시 몰라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손잡이에 소독약을 뿌리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적응도 안되고 너무나 답답하고 힘들었다. 할 일도 딱히 없고 밖에 나갈 수도 없다 보니 하루 종일 만나는 것은 핸드폰과 TV가 전부였다. 그러다가 그동안 부정적으로만 생각 했던 유튜브를 보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유튜브라는 것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콘텐츠를 직접 찾아보니 유튜브의 세계는 놀라웠다. 많은 사람이 이미 엄청난 콘텐츠를 생산 하고 있었고 내가 돈을 내고 멀리까지 가서 듣지 않아도 몇 초 만에 좋은 강의를 골라 계속해서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다.


아이들 또한 유튜브를 보고 싶으면 어떤 것을 볼 것인지 사전에 이야기하면 허락해주었다. 처음에는 흔한 남매같은 재미있는 콘텐츠 위주로만 보다가 어느 순간에는 악기를 연주하고 싶으면 악기 연주하는 법을 찾아보고 본인들 스스로 음악을 연주하였고 색종이 접기를 찾아 예쁜 꽃을 만들기도 하였다.


또한 요즘 매일 집에만 있으니 주말에는 아빠랑 함께 요리하는 시간을 자주 갖고 있는데 무슨 요리를 만들지 유튜브에서 검색하여 주말마다 멋진 요리를 만들고 있다. 덕분에 지난 주말에 부모님 생신날, 애들과 직접 만든 케이크로 생일 축하파티를 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변화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이들 개학이 계속 2주씩 밀리면서 학습 공백의 우려로 ‘EBS 라이브 특강이라는 방송을 유튜브, EBS 사이트. TV방송 등 여러 채널에서 초, , 고등학생 학년별로 선생님이 라이브로 방송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것은 정식 개학 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학교에서 공지는 해주지만 자율적인 학습제도였다.


우리 아이들은 2월부터 학교를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지난 학년은 마무리도 하지 못한 채 다음 학년이 되었고 엄마로서 나도 학습 공백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EBS 라이브 특강을 시청하도록 해보았다.


그런데 결과는 대단하였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접속 방법이나 수업이 익숙지 않았으나 한두 번씩 해보더니 이제는 본인들이 알아서 컴퓨터를 켜고 사이트에 접속하고 댓글도 달고 문제도 풀고 하는 사이에 어느 순간 디지털 학습에 완벽히 적응되어 있었다. 적응하지 못한 것은 오히려 엄마였다.


EBS 라이브 특강을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라이브 방송을 하는 선생님들이었다. 아이들의 학습을 위해 매일 복장에서부터 스타일링까지 신경을 쓰고 있었다. 어떤 날은 선생님 머리 모양이 삐삐 머리가 되었고 어떤 날은 머리에 쓰는 작은 왕관인 티아라를 쓰고 나오기도 하였다. 이런 선생님들의 노력은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은 선생님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옷은 어디서 샀더라 하며 그 옷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학원 또한 오프라인 수업방식을 ‘ZOOM’을 이용하여 화상수업으로 전환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학원이나 아이들이나 조금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바로 아이들은 적응하였고, 학원 수업시간이 되면 알아서 컴퓨터를 키고 ‘ZOOM’을 이용하여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이어폰을 쓰고 화면에 나오는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선생님이 무엇인가를 하라고 하면 열심히 책에 적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놀랄 정도로 금새 적응해버렸다.


코로나는 공포감을 불러오고 많은 것을 멈추게 했지만 한순간에 아이들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고 유튜브를 비롯하여 화상 수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특히나 우리 아이들의 세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이 공존하며 두 세상을 함께 이해해야 하는 시대에서 살아 갈 것이다. 이번에 자체 자가격리의 시간을 보내며 그동안 등한시했던 SNS와 인스타그램도 시작하고 유튜브 채널도 만들고, 영상을 만드는 연습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갤럭시 탭 중에서도 드로잉 (Drawing) 이 되는 탭을 마련하여 요즘은 디지털 드로잉 연습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나도 삼시 세끼 밥순이로 전락하기도 하였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니 새로운 세상에 대한 공부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 또한 컴퓨터를 따로 배운 적이 없지만 본인들의 일주일 생활기록표를 컴퓨터로 작성해볼 수 있게 하였고 ‘ZOOM’ 프로그램부터 온라인 개학 시 필요한 각종 학습도구를 혼자서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었다.


사실 디지털이라는 것은 지금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기성세대에 게는 새로운 문물이자 장벽일지 모르겠다. 필자조차도 유선전화기삐삐무선전화기스마트폰 이렇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로 변화되는 과정을 다 겪었지만 디지털은 어딘지 낯설고 새로운 문물로 여겨지고 어렵게 느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우리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로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기에 어른들의 아날로그 사고나 교육방식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이 생기면 긍정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발생한다. 디지털은 생활의 편의와 속도의 빠름을 전해주는 반면 전달방식이 매우 즉흥적이고 가벼워서 깊이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면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아날로그가 맞다, 디지털이 맞다, 이렇게 흑백논리로 무엇이 더 효과적이고 적합하다는 것을 판단하기도 참 어려운 일이다. 미래의 우리의 생활에 디지털혁명, AI, 로봇 등 이런 첨단에 대한 환경은 더 급속하게 확대될 것인데 우리 아이들은 자연스레 아날로그식 수업보다는 이런 디지털 콘텐츠들로 교육받고 자라게 될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삶은 또 다른 기술발달로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다양하게 생산해낼 것이다. 특히 비대면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기 마련이라 세상의 변화를 부정하지 말고 빨리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정확히 파악하여 아이들에게도 올바른 정보를 전달 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려면 코로나 이후에 부모가 할 일이 또 하나 생긴 게 틀림없다. 일본 속담에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이번 기회에 실감나기도 하지만 무섭게 들리는 이유다.

 

[약력 : 가보경]


-예술 강사


-초등학교 두 아이 학부모


-디자인 물음표, 비주얼 스토리, 기획발전소 근무.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