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심상목 기자]‘형제경영’을 자랑하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이 갈등으로 결국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오는 9월,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이 그룹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 금호그룹 본관을 떠나 중구 수표동 시그니쳐 사옥으로 이전한다. 재계에서는 금호그룹과 금호석화가 본격적인 분리경영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그러나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갈등으로 양사 간 앙금은 여전히 남아있어 분쟁의 씨앗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문화재단, 금호타이어 유상증가 참여…왜?
재계 등에 따르면 앙금의 요인 중 하나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지분매입에 있다.
지난 5월 17일 삼구 회장쪽 금호타이어는 173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유상증자에 문화재단은 금호석화 지분 1.5%를 매각한 자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3.5%의 지분을 확보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문화재단이 금호석화 지분을 매각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삼구 회장쪽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만약 양쪽간의 지분분쟁이 발생하면 문화재단 지분이 삼구 회장에게는 우호지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이 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어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찬구 회장의 금호석화는 반발하고 나섰다.
선대회장인 창업주가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문화재단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준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것. 금호석화는 또 금호타이어 유상증자 참여는 재단의 재산을 축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재단의 운영은 주식 보유로 발생하는 배당금으로 이뤄지는 지고 있다”며 “그러나 금호타이어는 몇 년간 배당도 없고 현재 워크아웃 중이라 수익이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유상증자 참여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호그룹은 정상적인 유상증자 참여라고 반박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은 건설업의 심각한 불경기와 항공업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이에 반해 자동차 산업에는 충분한 성장성이 있어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형제간 협력관계는 ‘도로아미타불?’
재계 일각에서는 또 금호그룹과 금호석화 간의 이어져오던 협력관계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호석화가 운영하고 있는 ‘금호 휴그린’ 문제다. 휴그린은 금호석화가 운영하는 건자재 사업이다.
2009년 출범한 휴그린은 건물 내장재 및 창호 등을 제조, 판매하는 브랜드로 금호그룹 내 대우건설, 금호산업이 계열사로 있을 당시에는 상당히 유망한 사업으로 평가됐다.
휴그린이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건설업도 호황기를 맞고 있어 국내 대표적인 두 건설업체가 안정적인 수요처로 작용해 유망한 업종으로 꼽힌 것이다.
그러나 삼구-찬구 형제간 갈등이 발생하고 대우건설이 그룹에서 분리되면서 휴그린은 가장 큰 고객을 잃게됐다.
이 같은 요인은 실제 휴그린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선발주자인 LG하우시스와 KCC 등 강력한 경쟁자로 인해 수요처를 잃은 휴그린의 전망은 매우 어두운 상황이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올해부터는 매출이 조금씩 회복하는 추이”라고 설명했따.
금호석화는 또 이러한 시장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영업방향을 재편하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에 건설업체의 수주를 받는 B2B방식에서 고객을 직접 상대해 판매하는 B2C방식으로 전환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일반 대리점을 숫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다양한 특판 활동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릴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대형 수요처를 잃은 휴그린이 후발주자로써 고객과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