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대기업 오너와 그 가족들의 움직임이 수상하다. 10대 그룹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육박하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실제 SK家, 금호家, 롯데家, 효성家 등의 오너 가족들의 자사주 사들이기가 한창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6일 최신원 SKC 회장은 SK그룹 계열사인 SK C&C의 주식 1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라 보유 주식수는 4000주로 늘어났다. 최 회장은 또 SKC 주식 6000주를 사들임으로써 보유주식수를 65만3203주로 증가시켰다.
재계에선 사실 그의 주식 매집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계열사 지분을 차곡차곡 늘리는 속내가 궁금해서다. 이 같은 궁금증은 그가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는데 기인한다.
최 회장은 지난 24일, SK네트웍스 보유주식 90만4000주에 1만6000주를 장내매수를 통해 보탰다. 같은 날 SK텔레콤 주식 1000주를 장내 매수함으로써 보유 주식수를 4000주로 늘렸다.
SK그룹 오너 일가 중에 주식매입에 나선 인물은 또 있다. 최신원 회장의 여동생이 최예정씨가 그 주인공이다. 최씨는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SK케미칼 주식 1만5470주를 매집했다.
금호家에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차녀인 박주형씨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말 금호석유화학 1만6500주(0.05%)를 장내매수하면서 여자로서는 처음으로 박찬구 회장 외 특수관계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박씨는 지난 2월 자사주 매집에 나섰다.
2월 17일부터 21일까지 4일간에 걸쳐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장내 매수함으로써 보유 주식 수를 12만4375주(0.41%)로 늘렸다. 그리고 같은 달 25일 자사주 1만614주(0.06%)를 장내매수를 통해 추가했다.
롯데家에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분 경쟁이 한창이다.
신동주 부회장은 3월 18일부터 3일간 롯데제과 지분 538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보유 지분율이 3.77%로 늘어났다. 반면 신동빈 회장은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롯데손해보험 주식을 매수했다.
효성家에선 3세들이 지주사 격인 효성 지분을 늘리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과 3남인 조현상 효성 부사장의 지분 매입은 마치 경쟁하듯 하는 모양새다.
조 사장의 경우 지난 2월6과 7일 양일 간 효성 주식 3만3539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 주식 수를 349만3803주(9.95%)로 높였다. 이에 맞서 조 부사장은 2월 6일 3만9500주를 장내매수하면서 보유 주식수를 322만2776주(9.18%)로 증가시켰다.
재계 일각에선 재벌 오너가족들의 수상한 움직임에 대해 경영권 다툼과 경영권 방어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소유지배구조 구축과 후계구도 다지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계열분리 등을 위한 사전준비 작업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에게 신뢰를 줘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을 수 있는 데다 지분을 늘림으로써 경영권 확보와 증여 부담을 덜고 향후 주가 상승 시 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너 가족들이 지분을 서서히 늘리고 있는 구도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롯데家나 효성家와 같이 형제간 지분경쟁을 보이는 모습은 후계자로 낙점되기 위한 ‘샅바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일단 기업 주가를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신뢰감을 주는 한편 주가관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속내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M&A 가능성과 소액주주운동,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등에 맞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자 일종의 예장접종”이라고 분석했다.